매일신문

한나라 불법자금 모금 '윤곽' 드러나

26일 삼성,LG,현대차 등 대기업들로부터 불법대선 자금 362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서정우 변호사에 대한 공소장에는 한나라당 불법자금 모금의 패턴이 구

체적으로 적시돼 있다.

서씨가 명백히 입증된 혐의에 대해서만 자백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실체적 진실

규명은 좀 더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일단 서씨 등 관련자들의 진술을 통해 불법

모금의 전 과정을 개략적으로나마 윤곽이 드러난 셈이다.

◆ 자금지원 및 전달 = 서씨가 개입해 모금한 3개 기업의 불법자금 362억원 중

삼성과 LG로부터 모금한 262억원은 지난 10월 중순부터 11월 초까지 당시 당 재정위

원장이던 최돈웅 의원이 기업측에 지원 요청을 했다.

현대차 100억원의 경우 11월 중순 서씨가 자신의 고교후배인 최모 부사장에게

직접 자금을 요청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LG의 150억원과 현대차의 100억원은 서씨측이 기업으로부터 현금이 든 자동차를

직접 넘겨 받는 이른바 '차떼기' 수법으로 불법자금을 수령한 뒤 당사로 운반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삼성에서 제공받은 112억원은 책처럼 보이도록 포장된 채권뭉치로 넘겨 받

아 현금화 과정을 거친 것으로 파악됐다.

서씨는 자신이 제3자를 통해 직접 할인한 뒤 현금을 당에 전달했다는 당초 진술

을 번복했으나 돈을 건넨 관계자의 신원이나 경위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서씨는 또 넘겨 받은 돈을 이재현(구속) 당 재정국장에게 전달했고, 이씨는 당

시 당 사무총장이던 김영일 의원에게 자금유입 사실을 보고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 대책회의 및 자금 '유용' 논란 = 서씨는 지난 8일 검찰에 긴급체포 되기 2-3

주 전인 지난달 중.하순 검찰 수사망이 자신을 향해 좁혀오고 있음을 감지하고 한나

라당 부설 여의도연구소 유모 소장과 부국팀의 이모 회장과 함께 검찰조사때 어떻게

진술할지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서씨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최측근 인사들과 검찰 조사를 대비한 사실상

의 '대책회의'를 한 것은 자금 모금 및 전달 과정에서부터 서씨가 이들과 논의를 했

을 수도 있다는 추측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검찰 수사결과 서씨가 현대차로부터 '차떼기'로 수령한 100억원 중 자신이 개인

적으로 1억원을 사용하고 99억원을 당에 전달한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서씨는 이전에 개인자금을 당 관련 일에 사용한 일이 있어 충당하는 차원에서 1

억원을 썼다고 진술했으며, 검찰은 서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면서 일단

개인적으로 사용한 1억원에 대해선 정자법 말고 다른 죄목을 적용하지는 않았다.

◆남는 의문점 = 서씨가 현재까지 드러난 3개 대기업 외에 다른 기업으로부터

불법자금을 모금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와 함께 자금 요청, 운반, 현금화 등 과정에

서 공모한 한나라당 관계자의 존재는 미지수로 남아 있다.

특히 서씨는 '차떼기'로 모금을 하면서 자신이 직접 돈이 든 차를 당사까지 운

전했다고 진술했지만 검찰은 서씨가 운반에 관여한 다른 당 관계자들을 보호하기 위

해 거짓 진술을 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검찰은 또 서씨가 삼성으로부터 채권으로 받은 112억원을 채권째로 당에 넘겼다

는 새로운 진술을 확보했지만 채권이 누구에게 전달돼 어떤 과정을 거쳐 현금화됐는

지는 서씨가 입을 다물고 있어 실체 규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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