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어제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기습 참배해 2004년 벽두부터 한중 양국을 자극하고 있다.
야스쿠니 신사는 2차 대전의 A급 전범 14명의 위패가 안치된 곳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참배 후 "일본의 평화와 번영이 전쟁에 나가 목숨을 바쳐야 했던 분들의 희생에 기초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어느 나라에서든 역사, 전통, 관습 등은 존중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 총리의 이러한 발언은 반문명적 난동이 아닐 수 없다.
전쟁에 나가 목숨을 바쳐야 했던 그들은 아시아 국가 주민들을 고통과 사지로 몰았던 장본인들이다.
그들의 전쟁 이유는 일본의 패권과 아시아 국가의 수탈에 목적이 있었다.
A급 전범들이 일본 평화와 번영의 밑거름이 됐다는 주장은 군사침략이 정당한 것이며, 자국의 이익을 위해 언제든 타국을 짓밟을 수 있다는 논리를 편 것이나 마찬가지다.
고이즈미 총리는 지난 2001년 4월 취임 이후 해마다 한번씩, 이번으로 4번째 참배를 했다.
그는 이번 참배에서 자신들의 역사, 전통, 관습을 존중해줄 것을 요구했다.
참으로 뻔뻔스럽고 무지하다.
일본의 침략전쟁이 빚어낸 타국의 불행한 역사에 대해서는 티끌만큼의 반성도, 가책도 느끼지 않는 모습이다.
자신들의 역사와 전통, 관습을 존중받으려면 이웃나라의 그것들도 함께 존중되어야 한다.
그것이 21세기 지구촌의 질서이며 평화공존의 바탕이다.
일본이 세계사회의 주역이 될 수도, 되어서도 안 되는 이유를 스스로 밝히고 있는 셈이다.
우리 정부는 '관례화'된 신사 참배의 의도를 분명히 간파하고 있어야 한다.
총리의 참배를 기정사실화 하여 일왕의 참배 여론을 일으키고, 그 여론을 군국화의 명분으로 삼겠다는 의도를 숨기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편집증적인 사고와 국수적 배타성은 주변국가들의 큰 위협요인이다.
그것은 미래 역사의 불행을 잉태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참배를 강력히 항의하는 한편 신사참배가 일본의 국익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경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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