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탈북동포

지난 연말 수성구 한 식당에서는 탈북자들을 위한 송년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대구지역에 사는 탈북자 40여명이 참석했다.

10대부터 60대까지 남녀노소가 모처럼 한자리에서 만나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필요한 정보들을 주고 받았고, 모르는 사람들끼리 인사도 나눴다.

여흥시간엔 대중가요를 신나게 부르는가 하면 북한노래 '반갑습니다'를 합창하기도 했다.

탈북자들의 정착을 돕는 가톨릭 대구대교구 민족화해후원회가 마련한 자리였다.

▲이들은 모두 나름대로 기구한 사연들을 안고 있다.

배가 고파서... 자유를 찾아서... 등 탈북의 동기가 제각각이듯, 고향도 휴전선부근서 두만강변까지 다양하고 전직도 다양했다.

또 중국서 몇 년 살다가 들어온 사람, 탈북후 곧장 한국으로 넘어온 사람, 러시아 등지를 10년간 떠돌다 입국한 사람 등 경로도 여러가지다.

이들의 이날 표정도 다양했다.

대체로 입국한지 얼마 안되는 사람들은 뭔가 어색했지만 입국 한지 몇 년 지난 사람들은 밝고 여유가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안정감은 경제적인 여유에서 온 것이 아니라 남한 사회의 생리를 체득한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였다.

환상이 깨지고 기대를 일정부분 포기한데서 오는 안정감 같은 것이다.

일부 화려한 차림에 최신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를 날리는 젊은이는 외모만으로는 그들이 북한 출신인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그들의 그런 모양새가 이 사회에 동화된 것이라기 보다 동화되기 위한 몸부림일 수밖에 없는 것이, 그들 대부분이 아직 경제적 자립을 이루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언어 때문에 애를 먹는다.

남한 말, 특히 경상도 말은 알아듣기 어렵다고 했다.

반대로 북한 말을 이곳 사람들이 알아 듣지 못하는 어려움도 겪는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북한말씨때문에 탈북자라는 사실이 드러나 취업을 못하는데 있다.

이곳 사람들이 북한 사람이라면 왠지 일을 안시킬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강원도나 경기도서 왔다며 출신지를 숨기지만 말 때문에 북한출신이라는 것이 들통나 취업거부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러시아서 건축 일을 했다는 한 탈북자는 러시아에서 한국식으로 일했다가는 당장 쫓겨난다고 했다.

한국서는 너무 빨리 빨리 해치운다는 것이다.

자신이 대구에 와서 건축 공사장에 취업해 일을 했는데 다른 사람에 비해 너무 늦다고 욕을 많이 먹었다고 한다.

단단하게 일하는 것이 게으르다는 것으로 돌아오더라는 것이다.

그런 식의 오해와 왜곡이 누적되고 있다.

한국에 들어온 탈북자는 4천명에 이르고 대구 거주자만 200명 가량 된다.

이미 우리 이웃으로 살고 있는 이들에 대한 이해와 포용이 절실해지고 있다.

김재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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