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원스톱 서비스 구호만 현장선 보신주의 판쳐

조해녕 대구시장이 연초부터 시정 첫 과제로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강조하며 경제 활성화를 선언했지만 기업현실과 동떨어진 지원정책으로 제대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의심의 눈길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다.

기업인과 전문가들은 대구시가 기업 일정을 맞추는데 무관심한데다 산업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관료주의적 발상, 그리고 경제행위는 초행정적인데도 제도는 행정구역이란 낡은 틀에 얽매여 있어 1인당 GRDP(지역내 총생산).외자유치 등에서 광역지자체 중 꼴찌로 '기업하기 (가장)어려운 도시'란 오명을 쓰고 있다.

지역의 한 업체는 대구시는 다른 도시에 비해 "인허가를 받는 데 4배 이상 걸린다.

제안서를 관계공무원들이 다 보고 완전 결재를 내는 게 아니라 주무가 보고 제안서를 고쳐오면 다시 과장이 보고 고치고 또다시 국장이 보고 고치고 하면서 타시도에 비해 인허가를 받는데 몇배나 더 걸린다"고 털어놓았다.

이는 인.허가 업무를 빨리 처리하도록 조해녕 대구시장이 직접 챙기겠다고 선언했지만 정작 담당 공무원들은 법과 원칙을 내세우며 여전히 '보신주의'로 일관하는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다.

또다른 업체 대표는 "시장이나 간부들은 원스톱 서비스를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업무 담당 공무원은 책임문제나 감사를 의식, 재량권이 주어져 있는 업무도 원칙을 앞세워 차일피일 미루며 잘 들어주지 않는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경쟁입찰에 참여했던 한 업체는 "제안서를 공정하게 비교 분석한 종합자료를 내야하는데도, 관련이 있는 업체에게 유리하게 자료를 조작하는 경우도 있다"고 호소한뒤 "대구시의 처사가 너무해서 회사의 이익을 따지지 않고 한번 터뜨리려고 했으나 소문나면 앞으로 행정관련 사업을 따기는 글렀다는 내부소리에 밀려 억울해도 참았다"고 털어놓았다.

외자유치도 실적에 매달리거나 지나치게 신중한 나머지 대구에 투자하려는 업체마저 등을 돌렸다.

성서 삼성상용차부지 IT기업 유치문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대구시는 외자유치 실적을 의식, 투자의향을 보인 해외업체에 상당액의 외자를 자본금으로 전환할 것과 자금유입 시기 및 조건을 따지다가 사업계획서마저 받지 못하고 해를 넘겼다.

다른 지자체서도 평당 부지가격 10만원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기업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실패가 두려워 여러가지 조건을 내걸며 눈치만 보다간 대구에 오려는 기업마저 다른 도시에 뺏길지도 모른다.

섬유, 안경테 등 대구의 전통산업이 불황의 늪 속에 빠져들어가고 있지만 부도업체 하나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밀라노 프로젝트 추진 5년이 지나서야 관련 전문가들이 이미 뼈를 깎는 자구노력으로 구조고도화에 성공한 몇몇 업체들을 견학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천억원을 들여 지원해온 섬유업체들이 경기침체로 줄줄이 도산하고 있지만 거의 한푼도 도와주지 않은 자동차부품업체들은 수출 등으로 비교적 순항하고 있는 것은 바로 시장논리를 설명해주고 있다.

국내 완성차업체에 납품을 하는 곳이 많지만 해외 브랜드업체에 부품을 공급하며 세계적인 경쟁력을 키워고 있는 업체도 늘고 있다.

하지만 시는 섬유, 안경테, 자동차부품업체 등이 경영이나 기술적인 측면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2단계 밀라노프로젝트, 메카트로닉스 등 전략산업 육성도 이러한 현실을 제대로 파악한 뒤 추진해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구를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 만들기 위한 바람직한 지원정책은 어떤 것이 있을까?

대구의 기업들은 대부분 완성품을 생산하는 대기업이 아니라, 대기업과 협력관계에 있는 중소기업이 거의 전부를 차지하고 있다.

다시말해 대구의 중소기업을 육성, 발전시키려면 '대구에 있는 기업'만을 보고 정책을 펼치는 것이 아니라 이들과 협력관계에 있는 대기업을 비롯한 전체 산업클러스터적 관점에서 접근해 대구기업이 가장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전략적 방안을 강구해 내야 하는 것이다.

요즘 대구경제의 주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자동차 부품산업을 보자. 이들 업체들은 대부분 울산의 현대자동차와 협력관계에 있다.

그렇다면 대구시는 지역의 자동차부품 회사들만을 산업정책의 파트너로 삼을 것이 아니라 현대자동차를 파트너로 삼아 이들과 협력관계에 있는 대구 자동차부품 업체를 도울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

대구의 모바일산업 지원 정책도 마찬가지다.

대구는 물론 우리나라 모바일 산업은 삼성전자 구미공장이 가장 큰 협력의 대상이다.

삼성전자 구미공장을 빼놓거나 이들과 협력관계에 있는 모바일 기업 및 전문가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대구의 모바일 관련 산업정책을 이야기 한다면 '어불성설'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대구시는 '관료적 관점'에서 자신들이 생각하는 모바일 산업정책을 추진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밀라노프로젝트는 관료주의가 빚어낸 대표적 사례중 하나다.

대구의 주종인 직물과 염색 산업을 고부가가치화하기 위해서는 섬유기계 산업의 발전이 필수적인데도 대구시는 밀라노프로젝트에서 섬유기계 분야의 핵심 경쟁력이 경북인 경산에 있다는 이유로 배제해 버렸다.

다행히 정부와 KDI(한국개발연구원)의 주장에 따라 5년뒤 포스트밀라노프로젝트에 섬유기계 분야가 추가되기는 했지만, 이미 지난 세월은 돌이킬 수 없고 그만큼 지역 섬유산업의 경쟁력은 떨어진 다음이다.

일부 다른 시도에서는 공무원이 훌륭한 기업을 유치할 경우 담당자에게 직접적인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를 벌써 시행하고 있으나 대구는 아직 직접적인 인센티브제가 없다.

다만 국내외 투자 및 기업유치에 기여한 공이 크다고 인정되는 자에 대하여 성과급을 지급하는 제도를 지난해 10월 10일부터 시행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인센티브를 받은 공무원은 없다.

외자 유치 성공사례가 없다는 말이다.

성공시 대구시는 연간 성과급 지급총액은 △개인, 법인, 단체와 공무원은 1억원 이내로 하며 △시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개인, 법인, 단체는 유치확정금액의 1%내의 범위이다.

이미 중국도 벌써 실시하고 있는 기업민원에 대한 담당관제도는 이제야 도입, 원스톱 서비스를 논의하고 있으며, 프로젝트 메니저(Project Manager)운영과 외국인 입주기업에 대한 홈닥터제 시행 등도 늦기는 마찬가지다.

타시도와 차별화된 기업유치, 지원전략과 확실한 지원책,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민병곤기자 minbg@imaeil.com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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