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체험전 개막

높다랗게 걸린 김일성과 스탈린 사진, 폐허가

된 건물 잔해, 찢긴 채 나부끼는 붉은 글씨의 현수막… 비행기의 굉음이 시작되자마

자 콩볶는 듯한 기총소사 소리가 고막을 두드리고, 곳곳에서 섬광과 함께 불꽃이 피

어나며 자욱한 포연이 시야를 가린다.

'체험! 태극기 휘날리며展(전)'이 열리고 있는 부산 벡스코(BEXCO) 특별전시장

에는 54년 전 여름 평양 시가지의 폭격 장면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눈앞에 펼쳐

지는 광경이 자못 생생해 타임머신을 타고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도 하다.

10일부터 3월 14일까지 펼쳐질 '체험! 태극기 휘날리며展'은 우리나라에서 최초

로 시도되는 테마파크형 영화 콘텐츠 전시회. 2월 6일 개봉 예정인 강제규 감독의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주요 장면과 소품 등을 감상할 수 있다. 홍보 차원에서

영화 소품전이나 캐릭터전 등이 선보인 적은 있었지만 영화 속 상황을 재현해놓고

관람객으로 하여금 등장인물의 체험을 맛보도록 한 것은 처음이다.

군용 트럭과 장갑차가 호위하듯 버티고 있는 전시관 입구에 들어서면 엿장수의

가위 소리가 관객을 맨 처음 맞는다. 6·25 발발 직전인 1950년 초여름 종로 거리가

재현된 이곳에는 구두방, 미용실 등이 늘어서 있고 활기찬 노점상들의 호객 소리로

떠들썩하다.

영화 시나리오와 콘티북, 스틸사진 등이 전시된 터널을 지나면 평양 시가지가

펼쳐진다.'光輝(광휘)로운 指導者(지도자) 김일성 將軍(장군)', '미군 도당을 앞세

운 이승만을 까부수자' 등의 플래카드가 나붙은 건물과 폭격으로 무너져 쌓인 시멘

트 더미를 지날 때 곳곳에서 포성과 함께 불꽃과 연기가 피어난다.

이어진 공간은 대구역. 영화 속에서 피난길에 나섰던 주인공 진태(장동건)와 진

석(원빈)이 강제징집돼 군용열차에 오르는 곳이다. 지금은 폐로가 된 옛 곡성역에서

이 장면을 찍은 제작진은 증기기관차를 공수해올 방법이 없어 실제와 똑같은 세 량

짜리 기차를 직접 만들었다. 전시장 한쪽에 당당한 모습으로 버티고 선 철마가 당장

이라도 힘찬 기적소리를 뿜으며 내달릴 듯하다.

대구역사 바로 옆에는 수많은 젊은 목숨을 앗아갔던 낙동강 방어선이 꾸며져 있

다. 곳곳에 널브러진 시체, 카빈 소총을 거꾸러 꽂고 철모를 씌운 무명용사의 무덤,

채 가시지 않은 매캐한 포연 등이 당시의 치열했던 전황을 말해준다.

'태극기 스토리관'을 모두 지나면 '태극기 전투 체험관'이 나타난다. 특수 제작

된 조끼를 입고 최첨단 레이저 시스템으로 평양 시가지 전투를 벌이는 서바이벌 게

임장이다. 폴리 기법의 음향기술을 시연하는 특수사운드 체험관, 인체의 움직임을

컴퓨터로 기록해 영화 속 캐릭터의 동작을 표현하는 모션캡처시스템 전시관, '이재

수의 난'에서 참수형을 받은 이재수와 '은행나무 침대'의 황장군 등이 전시된 특수

분장체험관, 특수촬영체험관 등도 들어서 있다.

이밖에 애니메이션 영화 '원더풀 데이즈'를 상영하는 3D 입체영화관, 부산국제

영화제 관련 자료를 소개하는 전시관, 한국전쟁 테마상품 코너, 주촬영지였던 합천

군 코너, 온라인게임장 등을 만날 수 있다.

10일 개막식에 이어 장동건·원빈·공형진의 팬 사인회가 열린 것을 비롯해 강

제규 감독의 영화교실, 태극기 퀴즈 쇼, 게임대회 등의 부대행사도 곁들여진다.

강제규필름이 PSB(부산방송)·국제신문·명필름·이수창업투자 등과 함께 주최

하는 이번 행사에는 25억원 가량이 투입됐으며 각종 차량 25대를 비롯해 2만점의 소

품과 각종 자료 등이 전시돼 있다.

BEXCO 전시를 마치고 나면 서울 코엑스(COEX) 등에서도 순회 전시를 마련할 계

획이다. 개관시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예매 문의 ☎1544-0113(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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