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에게 하늘에서 천사가 내려왔어요".
베트남출신 불법 체류자인 구엔 뚜(38)씨와 아내인 마이 나이(29)씨. 이들은 성탄 다음날인 지난 12월26일 '한국에 온 뒤 가장 큰 선물'을 받았다.
예쁜 딸 아이를 얻은 것. "언제 추방될 지 몰라 가슴 졸이는 생활이지만 아이얼굴을 보면 세상을 모두 얻은 것 같아요".
구엔씨 부부는 현재 도피생활 중이다.
지난해 11월17일부터 실시된 불법 체류자 단속을 피해 몸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다.
"만삭인 아내와 함께 몸을 숨기며 많이 울었고, 혹시 태어날 아이에게 고통이 전해질까 걱정도 많이 했다"는 구엔씨는 "외국인상담소 목사님 부부의 도움으로 아기를 무사히 낳게 됐다"고 말했다.
성탄 전날 동네 한 산부인과를 급히 찾은 이들 부부는 자신들의 어려움을 알고 기꺼이 돕겠다는 의사를 만나 무사히 출산을 한 것.
구엔씨는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온지 6년, 마이씨는 4년이 됐다.
그러나 아직 이들 부부는 꿈을 이루지 못했다.
처음 낯선 땅 대구를 찾을 때만 해도 '언젠가 돈을 많이 벌어 고향에 갈 수 있다'는 꿈에 부풀었지만 외국인 친구들이 하나 둘씩 사라지고 자신들도 언제 내쫓길 지 모르는 상황이 되면서 하루하루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구엔씨는 "힘들었지만 항상 희망으로 차 있었는데 불법체류자 추방방침이 나온 이후 하루아침에 꿈이 무너질 것 같다는 생각을 수없이 했다"며 "혹시 주변에서 불법체류를 신고할까 겁이 나 외출도 제대로 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들은 아직 꿈을 접지 않고 있다.
마이씨는 "아이를 낳고 보니 '이 아이는 우리 부부에게 희망을 잃지 말라는 의미로 하늘에서 내려준 천사'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미소 지었다.
3평 남짓한 작은 방에서 '하늘에서 온 천사'를 맞이한 이들 부부는 딸의 이름을 아직 짓지 못했고, 일자리는 물론 분유값 마련도 쉽지 않지만 아기를 바라보며 새로운 꿈을 그리고 있다.
"엄마 뱃속에서 힘들게 보냈을 아기지만 환한 미소를 보면 힘이 생깁니다.
아기가 조금만 더 행복할 수 있도록 한국정부에서도 기회를 줬으면 합니다". 구엔씨 부부는 쌕쌕 잠이 든 아기 옆에서 한국에서의 새로운 출발을 꿈꾸고 있었다.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대통령실 "국민추천제, 7만4천건 접수"…장·차관 추천 오늘 마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