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尹외교 "국제현실 속에서 국익 찾아야"

윤영관(尹永寬) 외교통상부 장관은 청와대의 사표수리 발표 1시간 30분후인

오전 11시30분 외교부 청사 리셉션홀에서 이임식을 갖고 11개월간의 짧았던 외

교부 생활을 마감했다.

윤 장관은 "연설문을 미리 준비하기 싫은 때도 있다"며 "보좌관이 연설문을 준

비했는데 작은 메모로 대신하겠다"고 운을 뗐다.

윤 장관은 "아쉬운 점은 취임후 첫번째 실.국장회의 때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

의 국정철학을 손과 발이 돼 집행하는 사람이 외교관인 만큼 언행에 극히 조심해달

라'고 당부했는 데 제대로 통솔치 못해 국민과 대통령에게 죄송하다"며 "제 부덕의

소치"라고 자성했다.

윤 장관은 "한국은 국제적 공백상태에서 존재하는 게 아니라 국가들과의 관계

속에서 존재하는 만큼 현실속에서 국익을 찾아야 한다"며 "그러나 정부 일부와 국민,

여론주도층이 그런 인식을 별로 갖지 못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분단국가인 한국에게 남북의 평화가 이뤄진 상태에서도 한미동맹은 중요

하다"며 "누군가 숭미(崇美)라고 하는 데 용미(用美)랄까 이런 것과는 엄격히 구분

돼야 한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주변국과의 관계를 설정해야 하고 그런 목표가 뚜렷

할 때 우리는 자주외교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나무는 삭풍이 불 때 흔들릴 지라도 꺾이지 않듯이 유연성 있는 외교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윤영관식 '자주 외교론'은 때때로 자신과 의견을 달리해온 국가안전보장

회의(NSC)와 언론을 겨냥한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윤 장관은 이어 "몸은 커졌는 데 옷은 10년전 것이어서 열심히 한다고 움직이면

옷이 터지는 게 지금 외교부의 인프라"라며 "이것은 비밀인 데 대통령이 북핵 외교

에 성공하면 모든 것 다 들어준다고 약속했으니 다음 장관과 함께 대통령의 국정철

학을 잘 받들어 열심히 일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또 "취임 초부터 인프라 확충 이야기를 하고 싶었으나 외교가 그간 쌓은

업보 같은 것이 있어 자체개혁부터 하게 됐다"며 "적극적 자기 혁신에 동참한 뒤 할

말을 해달라"고 덧붙였다.

40분간의 이임사를 마친 윤 장관은 참석한 직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 뒤 현

관에서 실.국장들의 환송속에 본업인 '교수'직으로 돌아갔다.(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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