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연하남편' 바람

결혼은 미혼 남녀뿐 아니라 기혼자들에게도 관심이 쏠리는 주제다.

폭넓게 사랑 받는 영화나 드라마에는 선남선녀들이 사랑하면서 우여곡절 끝에 결혼에 이르는 경우가 지배적이다.

빠르게 변화되는 '과도기적 양상'을 띠고 있는 우리의 가치관에는 모든 면에서 보수와 진보가 극렬하게 부딪치고 있지만 결혼관 역시 급변하고 있으며, 그런 주제들이 관심의 중심에 놓이게 마련이다.

과거에는 여성들이 이상형의 남성을 만나 아내로서 내조하면서 자식에게는 좋은 어머니, 시댁에는 봉양하는 며느리 역할을 하는 걸 미덕으로 여겼으나 지금은 사정이 놀랄 만큼 달라진 세태다.

▲여성들의 사회적 활동이 점차 늘어나고 남녀가 만날 기회도 많아지면서 일을 하며 자유로운 생활을 즐기려는 여성들도 만만치 않아졌다.

이 때문에 남녀의 역할부터 애매모호해져 가고 있다.

과거에는 남성이 가정의 리더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 구별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추세이기도 하다.

심지어 남성이 여성을 보호하고 지키기보다는 여성에게 의존하려는 성향마저 없지 않은 모양이다.

▲미혼여성 10명 중 6명이 연하나 동갑 남성과 결혼하고 싶어한다는 조사가 나왔다.

한 결혼정보회사의 조사에 따르면 여성의 49.3%가 연하 남성과, 13.9%는 동갑과 결혼하고 싶어하며, 연상을 원하는 경우는 36.8%에 그쳤다.

연하 남편과의 연령차는 2, 3세 미만이 49.3%로 가장 많고, 1, 2세 미만 34.6%, 3, 4세 미만은 13.1% 순이며, 4세 이상의 연하를 선호하는 경우도 3%나 된다.

▲여성들이 연하 남편을 선호하는 이유는 '평등한 부부 관계를 원해서'(40.6%)가 가장 높으나 '젊게 살 수 있어서'(29.9%), '경제적 활동 기간이 길어서'(19.1%)도 만만치 않아 달라진 세태를 말해준다.

연하 남성과 결혼할 경우 걱정되는 대목은 '의지가 덜 된다'가 33.2%, '외모에 신경이 많이 쓰인다'가 22.5%이다.

그러나 무려 34.9%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여 '연상 남성, 연하 여성'은 지난 시대의 유물로 전락해 버린 느낌이다.

▲물론 연상의 여성과 연하의 남성이 결혼한다고 해서 문제가 될 건 없다.

100여년 전만 해도 대체로 아들보다 나이 많은 며느리를 보는 걸 자연스럽게 생각했다.

개화기 이후 일부일처(一夫一妻) 제도가 생겼고, 첩을 두는 게 부끄러운 일로 여겨지면서 사정이 반대로 달라진 결혼 문화로 자리매김했을 따름이지 않은가. 하지만 나이가 들었을 경우 남성이 여성보다 성생활을 오래 할 수 있다는 점만 염두에 두더라도, 여성들이 너무 현재만을 즐기려는 '하루살이' 가치관으로 기우는 게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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