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철도사고 왜 일어나는가-신칸센 40년 무사고 비결은

17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철도는 비교적 안전한 교통 수단으로 꼽힌다.

길을 걷고 있을 때보다 열차를 타고 있을 때가 더 안전하다는 연구도 있다(도쿄대 공학부 이구치 마사하치 교수). 그러나 한 번 사고가 났다 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에 철도 사고가 주는 충격은 엄청나다.

40년이 넘는 철도 생활의 대부분을 사고와 직접 관련이 있는 부서에서 일을 한 야마노우치 슈우이치로 전 일본철도(JR) 회장은 '철도사고 왜 일어나는가'(김해곤 옮김.도서출판 논형 펴냄)라는 책을 통해 '철도의 역사는 사고와의 전쟁이었으며 안전은 철도에서 언제나 변하지 않는 최대의 과제'임을 일깨운다.

1917년 12월 12일 프랑스의 생미셸 도 모리안느에서 사상 최악의 철도 사고가 발생했다.

프랑스는 당시 이탈리아 전선에서 싸우고 있던 병사들에게 크리스마스 휴가를 줬고 이들을 수송하기 위해 특별열차 2대를 보냈는데 무리하게 두 열차를 이은 것이 재앙을 불렀다.

19량이나 되는 열차가 급한 내리막을 지나면서 브레이크가 과열됐고 화염에 휩싸인 열차가 탈선해 534명이 숨졌다.

일본 신칸센은 1964년 개통 이래 단 한명의 인명사고도 나지 않았다.

1999년까지 57억명의 승객을 날랐으며 지구와 달 사이를 6천500회 왕복한 것에 해당되는 25억㎞의 주행거리를 자랑하는 신칸센이 이처럼 안전한 철도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과거 사고를 교훈삼아 안전시스템에 대한 기술 축적을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난.재해에 대한 일본인들의 철저한 대비는 유명하다.

대구지하철참사 때도 일본 전문가들은 대구에서 광범위한 자료 수집 및 조사 활동을 벌였다.

이미 일본 지하철의 경우 화재 예방을 위해 아주 엄격한 불연구조 규정에 합격한 제품만을 내장재로 쓰고 있다.

우리나라가 대구지하철참사로 192명의 인명 피해를 겪고도 아직 지하철 내장재의 불연재 교체 문제를 매듭짓지 못하고 있는 것과 달리 일본은 지난 1956년 일어난 전철 화재 사고로 1명이 숨지고 42명이 다치자 이같은 불연 대책을 세웠다.

19세기 철도 사고는 차량이나 선로의 구조적 취약성과 재료의 결함이 대부분의 원인이었다.

20세기 들어서면서 기본이 되는 안전 시스템은 거의 갖춰졌지만, 사람의 실수에 의한 대형사고는 현저히 늘어났다.

인간의 실수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가 최대의 화두가 된 것이다.

저자는 대형사고 앞에는 전조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꼭 그렇지는 않지만 대형사고 앞에는 비슷비슷한 작은 사고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위험한 사고나 운좋게 대참사로 이어지지 않은 사고는 '하늘에 의한 집행유예'인 셈이다.

정확한 대책을 즉시 세우지 않으면 곧바로 하늘에서 실형이 선고된다.

안전한 철도를 만들기 위한 안전대책의 핵심은 '인간을 포함시킨 시스템에 있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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