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詩와 함께 하는 오후

얼굴을 가린 것이 흩날리며 온다.

절며 뛰며 온다

어디서 그토록 숨어 있다가

몸부림으로 온다

잉잉대며 온다, 길을 지우며

시간을 지우며, 울며불며 온다

캄캄하던 내 전생이

막막하던 내 전생이 휘날리며 온다.

떠나는 길 위엔

어디나 슬픔 같은 것이 있기에…

김연대 '첫눈 3'

이 시는 첫눈 오는 모습 속에서 자신의 전생의 모습을 찾고 있다.

그것은 존재의 본질이기도 하고 또 숱한 영겁의 윤회 속을 헤매고 있는 한 수행자의 영혼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것은 쉽게 얼굴을 드러내지도 않으며 또 쉽게 순해지지도 않는다.

눈발처럼 정신없이 휘날리고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서 보면 쌓여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인연, 곧 만남과 헤어짐이라는 명제를 바탕에 깔고 자신의 본질을 찾는, 어쩌면 불교적 색채가 짙은 시이다

서정윤(시인.영신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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