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철로 만든 달이 하나 수면(水面) 위에 떨어지고
부서지는 얼음 소리가
날카로운 호적(呼笛)같이 옷소매에 스며든다.
해맑은 밤바람이 이마에 나리는
여울가 모래밭에 홀로 거닐면
노을에 빛나는 은모래같이
호수는 한 포기 화려한 꽃밭이 되고
여윈 추억(追憶)의 가지가지엔
조각난 빙설(氷雪)이 눈부신 빛을 발하다.
-김광균의 시 '성호부근(星湖附近)' 중에서
겨울호수에 서면 누구나 시인이 된다.
잔잔한 물살이 가슴에 스며들어 메말랐던 심상을 적신다.
하늘이 호수에 내려앉았다.
나그네의 눈에 하늘과 호수가 구분이 되지 않는다.
이런 호젓한 곳에 바람이 빠질리가 없다.
호수에 찾아와 고즈넉이 물결을 만들어놓는다.
호숫가엔 이렇듯 낭만이 한아름 숨어 있다.
매서운 날씨에도 이곳 청풍호반에 인적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노을이 살포시 수면 위에 걸치면 호수가 하루도 뉘엿뉘엿 뒷걸음친다.
인간의 손이 닿으면 자연은 그 순수함을 잃어버리고 파괴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간혹 또다른 아름다움으로 재탄생하기도 한다.
제천 청풍호는 그 중의 하나다.
한때 이곳은 충주댐 공사로 수몰의 아픔을 겪기도 했지만 지금은 천혜 절경을 자랑하는 제천10경으로 꼽힌다.
이곳은 원래 충주댐 준공으로 내륙의 바다가 형성되면서 댐 명칭을 따서 '충주호(忠州湖)'로 명명되었으나 제천시 청풍면 지역이 가장 많이 수몰되어 청풍명월 본향의 이미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청풍호(淸風湖)'로 불려지고 있다.
청풍호는 총길이가 무려 97㎞에 달하는 우리나라 최대의 인공호수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이곳의 매력은 청풍호반을 빙 둘러보는 환상적인 드라이브 코스에 있다.
남제천IC에서 나와 82번 국도를 타고 청풍대교를 지나 3번 국도로 돌아오는 1시간 가량의 드라이브길은 계절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는 여행코스. 곳곳에 볼거리가 산재해 있어 더욱 여행길이 신난다.
또 하나 있다
청풍나루에서 유람선을 타는 것도 색다른 맛. 충주까지 1시간의 뱃길을 통해 청풍호 인근에 자리한 금수산.월악산 등의 비경을 감상할 수 있다.
글.사진 전창훈기자 apolonj@imaeil.com
◆주변볼거리=▲KBS제천촬영장 - 몇해전 방영된 KBS 대하드라마 '태조왕건' 세트장이 고스란히 보존되어있다.
최근에는 '제국의 아침' '명성황후' 등도 이곳에서 촬영했다.
청풍호반 1만2천여평의 부지에 수군관아 4동, 초가(민가) 20동, 망루 2동, 선착장 등 옛 고려 개경의 예성강 벽란도 포구를 재현해놓았다.
▲청풍문화재단지=정부의 충주댐 공사 때 수몰지역에 산재해 있는 문화유산을 1만6천평 부지에 원형대로 이전, 복원해놓았다.
입구인 팔영루를 들어가면 한벽루.청풍석조여래입상 등 보물 2점과 청풍향교.응청각 등 지방유형문화재 등을 볼 수 있다.
정상인 망월산성에 오르면 청풍호반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SBS제천촬영장=제천시와 SBS가 공동으로 투자, 청풍문화재단지 확대개발지구내 6천여평 부지에 조성한 촬영단지로 SBS대형사극 '대망'의 주 촬영지로 이용되었다.
관청가 13동, 육의전 20동, 기와 및 초가객주 8동, 성황당, 성루 등 약 130동의 세트물이 설치되어 있다.
◆먹을거리=향어회-양어장에서 양식한 신선한 향어에 야채와 초고추장을 버무려 먹는 비빔회 맛이 일품. 회를 뜨고 난 나머지 부분을 넣은 매운탕도 얼큰하다.
청풍루(043-652-4200), 느티나무횟집(043-648-0086), 남한강횟집(043-643-4458), 금수산 송어장(043-652-8833), 청운횟집(043-647-7743), 옛고을(043-646-7664) 등.
◆잠자리=△국민연금청풍리조트호텔 043)640-7000 △ES콘도미니엄 043)648-0480 △뉴월드장여관 043)652-3843 △수산관광농원여관 043)648-2277 △청풍여관 043)648-0021 학현민박촌 043)640-4124 △수산민박촌 043)640-4143 잠박골가든 043)647-3510 △장평가든 043)647-0151
◆가는길=중앙고속도로→남제천IC→금성면 경유→82번 국도→청풍호반 진입(2시간 가량 소요)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대통령실 "국민추천제, 7만4천건 접수"…장·차관 추천 오늘 마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