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우리지역 사회는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던 '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DKIST) 설립에 관한 법률'의 입법에 성공했고, 새해 예산으로 200억원을 확보했다.
그러나 11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우리나라 헌정사상 최초로 지방의 필요에 의해서 '과학기술연구원' 설립을 '법률'로서 보장받는 쾌거를 이룩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는 두 달이 넘도록 혼선과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구시는 달성 현풍지역에 DKIST 설립을 기정사실화 하려는 의중을 드러내고, 경산지역 대학 총장들은 이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칠곡(대구와 경북 포함)지역 시민단체들도 "산업화 연구기관인 DKIST의 입지는 지역대학과 세계 최대의 IT산업단지를 효과적으로 연계할 수 있으면서 포항, 서울, 대전 등 다른 지역과의 교통망이 잘 발달된 '칠곡'이 가장 적지"라며 유치운동에 본격적으로 나설 태세다.
대구경북이 함께 잘살기 위해 기획된 DKIST 설립이 자칫 분열과 공멸의 위기를 초래할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갈등의 원인과 해법을 짚어본다.
△DKIST와 대구테크노폴리스
DKIST법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 대구시는 달성 현풍이 제1후보지로 거론되는 대구테크노폴리스내에 연구원 설립을 기정사실화 하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여 '입지' 논란에 불을 지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의 용역결과를 인용한 이 주장은 'DKIST 설립은 대구테크노폴리스 계획에 따라 대구시가 중심적 역할을 하며 진행한 사업인 만큼 대구테크노폴리스 기본계획 구상 용역결과에 구속받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그렇다면 일부 대구시 공무원과 STEPI의 이 같은 주장은 얼마나 진실에 가까울까. 만일 대구테크노폴리스를 구성하는 연구기관을 만들기 위해 DKIST법이 제정됐다면, 상당히 구체적인 대구테크노폴리스 계획이 DKIST에 앞서 수립되거나 적어도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그런데 국회는 DKIST 예산을 200억원(정부안 30억원)으로 크게 증액하면서도 대구시가 요청한 대구테크노폴리스 조성 용역비 40억원을 전액 삭감 했다.
적어도 국회의 입장에서는 'DKIST'와 '대구테크노폴리스'는 별개의 사업이었던 셈이다.
게다가 대구테크노폴리스 구상은 대구시만의 계획안인데 반해, DKIST법은 설립위원회를 최고의사결정기구로 명시하면서 '대구시, 경북도, 과기부, 국회의 추천을 받은 5명의 위원을 과기부장관이 위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DKIST가 '대구시'와 '경북도', '중앙정부' 공동의 사업임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DKIST법 통과의 '진실'
대구시가 아니라면 누가 DKIST법을 만드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는가. 대구경북 국회의원들이 중심이 됐다.
설립 구상에서 입법, 예산 확보에 이르는 전과정에서 박종근 의원이 중추적인 역할을 했고, 아이디어를 내고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인 김만제 의원과 DKIST 연구모임의 위원장을 맡아 이론적 토대를 마련한 이종현 경북대 교수도 1등 공신으로 꼽힐만하다.
입법과정에서 크게 힘을 보탠 강재섭 의원을 빼놓을 수 없고, 박헌기 의원과 민주당 박상희 의원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정치권과 전문가그룹, 행정기관 사이의 '조정자(coordinator)'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 온 매일신문도 적잖은 기여를 했다.
그러나 어렵게만 보이던 DKIST 설립에 결정적으로 힘을 실은 사람은 바로 노무현 대통령이었다.
노 대통령이 대구경북지역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간담회에서 DKIST 설립지원 의사를 밝히기까지 이정우 청와대 정책기획위원장(당시 정책실장)과 지역의 여권인사들이 보이지 않게 많은 노력을 했다는 후문이다.
물론 대구시 역시 중앙정부에 각종 자료를 제출하고, 국회에 출석해 증언하는 등 나름대로 애를 썼다.
하지만 DKIST는 지역의 여.야 정치권과 전문가, 언론이 대구경북 공동의 발전을 위해 '십시일반'의 정신으로 힘을 모아 이룩해 낸 업적으로 기록되는 것이 마땅하다.
△DKIST, '갈등'에서 '상생'의 '협력'으로
DKIST 갈등은 대구시가 입법과정에서의 자신을 역할을 과장하면서 '구상'에 불과한 대구테크노폴리스를 DKIST로 애써 포장하려고 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DKIST법에 따라 3월11일~4월10일 사이에 구성될 설립위원회의 활동이 이루어지기도 전에 마치 대구시가 독주하는 듯한 인상을 준 것은 대구경북간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DKIST의 성공적 설립과 운영에 걸림돌이 된 것은 자명하다.
사실 DKIST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관료적 관점의 입지가 아니다.
DKIST의 설립목적이 '자생적 지방화의 메커니즘 확보를 통한 지역경제 발전'인 만큼 어떻게 지역에 기반을 둔 주요기업들을 DKIST에 참여시켜 당초 목적을 달성하도록 할 지가 바로 시와 도, 대학이 함께 풀어야할 우선 과제다.
기업의 참여와 욕구(needs), 세계시장의 흐름에 따라 DKIST의 목표와 연구분야, 운영방식, 기능 등이 설정되고, 이에 따라 가장 적합한 '입지'가 결정되는 것이 순서다.
시와 도, 대학이 자기중심적 사고를 버리고, DKIST를 통해 어떻게 지역기업과 사회에 기여할 수 있을 지를 함께 고민하는 것이 갈등의 해법이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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