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7년 어린이 가장 代父' 칠곡군청 김기준씨

어느 공무원이 17년 동안 남몰래 소년소녀 가장 등 어려운 이웃들에게 사랑을 실천해 온 것이 밝혀져 겨울 한파를 녹이는 훈훈한 미담이 되고있다.

칠곡군청 건설과에 근무하는 김기준(56세.기능7급)씨.

그의 이웃사랑 실천은 17년전 어느 소년소녀 가장과 우연하게 인연을 맺으면서다.

어린나이에 부모없이 형제들끼리 옹기종기 생활하는 모습들을 직접 목격하고는 "이것이야말로 내가 해야할 몫"이라고 가슴에 새겼다는것. 그후 9가구의 소년소녀 가장들을 관리하면서 이들의 대부(代父)가 됐다.

김씨는 아직도 소년소녀 가장들을 처음 본 그때의 감정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새로운 인생관에 눈을 떴습니다.

그 눈망울이 주는 첫느낌을 결코 잊을 수가 없어요". 그는 비록 기능직 공무원으로서 빠듯한 살림살이이지만, 매년 김장철이면 200~300 포기의 김치를 담가 소년소녀 가정에게 나눠줬다.

어린이날과 추석.설 등 특별한 날이면 어김없이 속옷과 양말 장갑.가래떡.케이크를 소년소녀 가장들에게 선물한다.

지난 설날에도 칠곡군내 소년소녀 가정과 가정위탁 아동 34가구 51명을 찾아나서 가래떡과 김을 일일이 전달했다.

그의 숨은 선행이 입소문이 나면서 모 방송에서 실시한 '칭찬릴레이'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김씨는 어린 소년소녀 가장들을 만날때 마다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되라. 그리고 오늘받은 이 감사함을 깊이 간직하여 나중에 자신보다 불우한 환경의 이웃들에게 반드시 되돌려 주라"고 당부한다.

17년 동안 돌봐왔던 어린이들의 상당수가 이젠 어엿한 사회인으로 성장했다.

"어렸을때 만난 이들이 명절때 어른이 된 모습으로 고향처럼 찾아올때면 가슴 뿌듯한 보람을 느낍니다". 김씨에게는 또 하나의 생활 신조가 있다.

몸이 건강해야 직장과 가정에 충실할 수 있고, 어려운 이웃도 도울 수 있다는 것.

그래서 매일 아침 낙동강변을 달리면서 건강을 다지고 있다.

지금까지 10km, 하프, 풀코스 완주 등의 국내 마라톤대회에 참가한 경력도 화려하다.

특히 지난해 3월 서울동아국제마라톤과 10월의 춘천마라톤 대회에서는 42.195k㎞의 풀코스를 3시간 20분대에 완주, 올 4월 제108회 보스톤 마라톤대회 출전권을 획득하는 쾌거를 이뤄내기도 했다.

칠곡.이홍섭기자 hs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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