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잇단 '암초'…발목 잡힌 청도 소싸움장

열악한 지방재정을 극복하기 위해 청도군이 심혈을 기울여 추진한 청도 상설소싸움경기장이 개장을 불과 한달여를 앞두고 암초를 만났다.

김상순 청도군수가 정치자금법 위반과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데 이어 시공사인 동성종합건설(주)까지 3일 부도 나 사업추진에 진통이 예상된다.

▨ 상설소싸움장 추진 현황

청도군은 지난 1996년 청도군 화양읍 삼신리 용암온천 일대 28만3천평을 관광지로 지정한 뒤 1999년 관광지내 2만4천평 부지에 상설소싸움경기장을 유치키로 하고 부산에 있는 동성종합건설(주)을 민간사업 시행자로 선정했다.

청도군과 동성종건은 청도 전통 소싸움경기를 관광과 갬블산업에 접목시켜 외화획득과 지역개발을 동시에 이룬다는 계획으로 자본금 25억원 규모의 (주)한국우사회를 발족했다.

한국우사회는 그간 5차례 증자를 거치며 자본금 400억원, 주주 1천300명이라는 거대 업체로 성장했다.

비록 등록이나 상장되지는 않았지만 외부에서 활발한 거래가 이뤄졌다.

발족 당시에 비해 자본금 규모가 20배나 커진 데다 공개법인 형태로 운영된 만큼 투명경영과 소액주주 권익보호가 급선무였다.

그러나 의사결정 및 경영 감시를 해야 할 이사나 감사는 물론 대표이사마저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동성건설 임원이 겸직했다.

바로 이 부분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한국우사회 주주들은 자신들의 권익보다 동성종합건설측에 유리한 계약거래가 이뤄져 왔다며 의혹의 눈길을 보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하주차장 건설비. 동성종합건설 강호성(62) 대표이사가 한국우사회 대표이사를 겸직하면서 소싸움경기장내 지하주차장 건설비로 120억원을 책정하자, 주주들은 공사비가 과다지출됐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이때부터 시공업체인 동성종합건설측과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 한국우사회와 동성건설간의 끊이지 않는 분쟁

작년 7월18일 한국우사회는 임시주총을 통해 주주 집중투표제로 이사 개편이 이뤄졌다.

이사진 35명이 구성되면서 비로소 모든 회사의 의사결정이 투명화됐다.

그러나 이는 곧 시공업체와의 본격적인 갈등이 시작됐음을 의미했다.

새로 구성된 이사진은 기존 경영진들을 모두 해임했다.

해임된 전 경영진들은 불만을 품고 임직원 75명이 사용하던 소싸움경기장 지하 사무실을 폐쇄시켰다.

때문에 한국우사회는 현재 청도군새마을협의회 회의실에서 더부살이하고 있다.

또 한국우사회 사무실에 있는 100억여원 규모의 방송실 및 전산실 장비는 동성종합건설 소유이기 때문에 한국우사회 직원들이 근무할 수 없다며 방송실과 전산실 직원들을 내보낸 뒤 문을 폐쇄하고 경고문까지 붙였다.

동성종합건설은 지금까지 밀린 공사비가 277억원에 이른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국우사회측은 "과다 공사비를 빼고나면 117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60억원만 추가 지불하면 된다"며 "다음달 3일로 예정된 유상증자(130억원 규모)와 상가분양 등을 통해 충분히 조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한국우사회측은 상가 분양 및 전산실, 방송실 장비 부분 등에 대해 동성종합건설과 청도군이 함께 일종의 '정산팀'을 구성한 뒤 협의를 추진하자는 내용의 의향서를 10여차례 보냈지만 동성종합건설측이 이에 응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국우사회는 또 원칙대로 상가분양과 건축비 부분은 동성종건이나 청도군이 부담하고, 동성종건은 상가분양을 통해 자금을 해결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동성종합건설측은 "건축비 부담은 우사회가 맡고 분양권은 시공사에 넘기며, 분양책임은 한국우사회가 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바람에 사실상 협상이 결렬됐다.

▨ 향후 계획 및 전망

청도군은 국제소싸움축제 개장을 불과 30여일 앞두고 시공회사가 부도가 나자 4일 이원동 기획실장, 최종훈 건설과장, 최성문 재무과장, 진상기 관광문화과장으로 구성된 긴급대책반을 편성해 수습에 나서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진상기 관광문화과장은 "한국우사회와 동성종합건설이 갈등을 빚는 바람에 이런 결과를 낳았다"며 "상가 마무리 공사만 남아있기 때문에 기본계획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아울러 동성종건에 연대보증된 채권금액에 대하여 채권단과 협의한 뒤 문제없이 진행토록 추진하고, 동성종건 보증회사가 나머지 부분을 맡아 공사를 마무리 한다는 것.

한편 한국우사회는 청도군이 3월6일부터 5일간 열기로 한 국제소싸움축제를 상설소싸움경기장에서 예정대로 개최하기로 하고, 소싸움 축제 이후에도 매주 우권발매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청도.최봉국기자 choib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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