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생들의 문학

조선시대에 기생은 팔천(八賤, 사노비.광대.무당.백정.승려.기생.상여꾼.공장)중의 하나로 천민계층이다.

술자리 시중을 드는 것이 겉으로 드러난 업무이다.

그러나 상대하는 남성들은 고관대작이나 상류층 인사들이었기 때문에 이들과 상대하기 위해 여러 가지 훈련을 거쳤다.

춤과 노래뿐만 아니라 거문고, 가야금 등의 악기 다루는 법을 배웠다.

서화와 시에 능해야 했고 학식도 있어야 했다.

말씨와 행동에도 교양이 있어야 했다.

이와 같은 자질은 몇 년에 걸친 교육을 통하여 이루어졌다.

이런 훈련과 타고난 재능으로 황진이, 매창 등의 작품은 사대부나 가객 시인의 작품에 견주어도 문학성이 뒤지지 않았다.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 베어내여/춘풍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어른님 오신 날 밤이거든 구비구비 펴리라'. 황진이의 시 중 가장 아름답고 세련되며, 부드러운 우리말의 뉘앙스를 잘 살려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는 시이다.

그는 시를 통해 꿈결같은 아쉬움과 기다림을 정열적으로 읊어냈다.

황진이의 시조는 대부분 사랑과 이별, 추억을 노래한다.

조선 중기의 시인으로 황진이와 함께 조선 명기의 쌍벽을 이룬 매창(梅窓)은 가늘고 약한 선으로 자신의 숙명을 읊은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대부분 기생들의 시가 정인에 대한 그리움과 한을 노래하고 있어 점잔을 가장한 사대부의 시와 다른 문학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기생들은 또 그들에게 쏟아지는 사회적 편견과 오해에 대해 시로 항변했다.

'동인홍'이라는 기생은 '기생과 양갓집 규수 사이에/묻노니 그 마음 다를게 있나요'라고 했다.

남자들을 향해 웃음과 술을 팔아야 하는 삶을 타고난 것일 뿐 기생의 마음도 여염집 여인의 마음과 같다는 것이다.

웃음을 팔면 웃음을 판다고 천대하고, 정절을 지키면 주제 넘는다고 손가락질 받기 일쑤라고 그는 항변했다.

그는 '님을 향한 마음을 따르자니 세상이 용납하지 않고, 기생의 숙명대로 살자니 마음속에 품은 님 때문에 괴롭다'고 속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황진이와 매창 외에도 문향(文香).매화(梅花).홍랑(洪娘).소백주(小柏舟).구지(求之).명옥(明玉).다복(多福).소춘풍(笑春風).송대춘(松臺春).송이(松伊).강강월(康江月).천금(千金) 등 기녀의 작품이 전해지고 있다.

참고자료: 기생시집(문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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