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디어활용교육/컷컷컷-따뜻한 눈으로 외계 본 첫 영화

1982년 '이티'가 개봉될 당시 전 세계는 '이티 열풍'으로 휩싸였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냉랭했습니다.

'아동용 영화'로 낙인 찍혀 외면당했기 때문입니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수준이 낮고, 아이들이 보기에는 수준이 높았던 탓이지요.

'이티'는 지난 1997년 '스타워즈'가 흥행을 경신하기까지 무려 15년 간 미국 최고의 흥행기록을 유지했습니다.

20주년이 되는 지난 2002년에는 제작사인 유니버설이 첨단 디지털 기술을 지원해 당시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장면을 추가하고, 음악과 사운드도 보정해 전 세계에 재개봉했습니다.

달을 배경으로 자전거를 타고 밤하늘을 가르는 장면은 이 해 개봉되는 유니버설사의 모든 영화의 로고로 사용할 정도로 '이티'에 대한 관심이 컸습니다.

'이티'를 높이 평가하는 것 중 하나가 외계에 대한 따뜻한 시선입니다.

그 전까지 외계인은 지구를 위협하는 몹쓸 종족으로 그려졌죠. 최초로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외계인을 만들어 낸 것이 H.G. 웰즈의 '우주전쟁'입니다.

여기에 등장하는 화성인은 거대한 눈과 입을 가지고, 머리의 지름이 1.2m나 되며 16개의 채찍같은 촉수가 난 문어형의 생물체였습니다.

1950년대 이전의 외계인은 모두 공포의 대상이었습니다.

1955년 '섬나라 지구'라는 작품에서 지구 정복을 꿈꾸는 사악한 외계인을 두 명의 지구 과학자가 쳐부숨으로써 외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가공할 파괴력을 지닌 외계인과 연약한 지구인과 대결에서 지구인이 승리한다는 스토리는 SF영화의 고정적인 레퍼토리가 됐습니다.

'이티'에 이르러 처음으로 외계인에 대한 시선이 따뜻하기 시작합니다.

물론 스티븐 스필버그의 '크로스 인카운터'라는 작품이 있었지만, 전 지구인에게 사랑이 충만한 감정을 주기는 '이티'가 처음이었습니다.

그러나 '이티'의 진가가 더욱 높아진 것은 '외계인 대신 지구의 다른 인종을 넣으면?'이란 가정 때문입니다.

소통되지 못한 인종간의 장벽, 세대간의 갈등 등이 이 영화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김중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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