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강삼재-김기섭 법정진술>

강삼재 한나라당 의원은 6일 안기부 예산 전용사건인 이른바 '안풍' 자금의 출처

에 대해 "정치적 신의도 중요하지만 국민과 역사 앞에 배신자가 되지 않기 위해 진

실을 밝힌다"며 "안풍자금은 청와대 집무실에서 김영삼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돈"이라고 고백했다.

그러나 강 의원과 함께 국고손실등 혐의로 기소된 김기섭 전 안기부 운영차장은

"문민정부의 안정이 국가를 위하는 길이라는 생각에 나 혼자 결정으로 안기부 예산

을 모아 지원했다"며 "제공처는 대통령이 아닌 당"이라는 상반된 입장을 고수했다.

다음은 강 의원과 김 전 차장의 법정진술 전문.

▲강삼재 한나라당 의원

이제는 진실을 밝히겠다. 1심에서 진실을 고백하지 않은 것은 내가 굳이 밝히지

않더라도 재판 과정을 통해 문제의 돈이 안기부 예산이 아니라는 것이 드러날 것으

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년 9월 24일 1심 법원의 유죄 판결을 받고 큰 충격을 받았다. 5선 의

원으로서 마산 지역구민에게 면목이 없었고 부인에게도 낯을 들 수가 없었다.

의원직을 사퇴하고 정계은퇴까지 한 것은 재판 결과를 수용할 수는 없지만 책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점과 국회의원이라는 프리미엄 없이 일반 시민의 입장에

서 재판을 받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지난 3년간 마음 편한 날이 없었다. 극단적 표현 같지만 고 정몽헌 현대아산 이

사회 회장이나 안상영 부산시장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정치적 도의나 인간적 신의로 볼 때 지킬 것은 지키면서 결백이 입증되길 기대

했다. 그러나 정치적 신의가 국민과 역사 앞에 엄청난 배신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공소사실에 기재된) 940억원은 신한국당 사무총장의 자격으로 당시 총재였던

김영삼 대통령으로부터 청와대 집무실에서 받았다. 받은 돈을 대부분 당일 금융기관

에 입금했고, 다른 중요한 일이나 행사가 있는 날엔 다음날 입금했다. 돈을 받은 날

짜나 회수는 검찰에서 계좌추적한 자료와 거의 일치할 것이다.

그러나 당시에도 돈의 출처에 대해서는 전혀 설명을 듣지 못했다.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총재가 돈을 준 것은 알뜰하게 절약.지원해서 한 사람이라도 더 당선될 수

있도록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이 돈이 안기부 자금과 관련이 있다는 것은 당시 신문을 통해서 처음 알았고 몹

시 당황했다.

오늘 이런 순간은 정말 피하고 싶었다. 정치적 신의를 위해 모든 것을 무덤까지

안고가려 했고 정계은퇴 등 모든 것을 버렸고 많은 날을 잠못 이루며 걱정했다. 하

지만 국민과 역사를 배신할 수 없어 늦게나마 진실을 밝힌다. 진실 고백에 따른 정

치권의 냉혹한 시선도 알고 있다. 그동안 진실을 고백하지 못한 사법부에도 죄송하

다. 다만 저의 이런 뜻이 밝혀지기를 기대한다.

▲김기섭 전 안기부 운영차장

신한국당을 지원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당시 여당에 대한 여론이 좋지 못했고

언론도 부정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면 문민정부 후반이 너무 어려워질 것 같

아 문민정부의 안정이 나라를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여당에 돈이 없다고 해서 모든 것을 혼자 덮어쓰겠다는 생각에 독자적 결정으로

안기부 예산을 지원했다. 다음 재판때 돈을 누구에게, 어떻게, 어떤 과정으로 제공

했는지 밝히겠다. 대통령에게 전해준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 돈은 안기부 돈이 확실하다. (강 의원측에서) 언론 플레이하

지 말고 3년치 안기부 계좌조사가 다 끝나고 나면 그때가서 말하자.

잘못했고 벌도 달게 받겠다고 국민에게 사과까지 했다. 이게 (강 의원 변호인이

주장하듯) 대선자금 남은 돈이든, 안기부 돈이든 불법자금인 것은 마찬가지다. 처벌

여부를 놓고 대선자금이니 안기부 돈이니 하면서 말바꾸는 것은 안된다. 나는 당에

돈을 전달한 게 확실하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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