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한이 짧은 탓에 애써 키운 자두를 수확한 후 판매도 못하고 그냥 썩혀버리는 모습이 너무 안타까워 예냉(순간.급속 저온처리)사업을 시도했습니다".
김천시 남면농협(조합장 이억수)이 조합원과 상생(相生)하는 길을 찾기까지는 직원들의 눈물겨운 노력이 있었다.
지난 2001년부터 공동선별.출하.계산 등의 공동유통 방식을 도입하는데 가장 어려웠던 일은 조합원들의 신뢰를 끌어내는 일이었다.
고심 끝에 직원들은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판단했다.
김창호 전무는 "자두 등 농산물이 생산되는 6~10월까지 5개월 정도는 전 직원들이 거의 매일 밤 12시쯤에 퇴근하며 농산물 처리에만 매달렸다"며 "별도수당을 받지않고 몇년간의 이같은 노력이 쌓이자 조합원들이 농협을 믿고 따랐다"고 말했다.
시도 첫해엔 농협을 믿고 농산물 판매를 맏긴 조합원은 20~30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조합원들의 신뢰가 하나둘씩 쌓이면서 현재는 자두 130명, 포도.참외 120여 농가로 늘었다.
이곳 조합원들이 재배하는 자두의 주종은 대석, 후무사로 유통기한이 대석은 3일, 후무사는 5일 정도에 불과했지만 예냉처리로 대석은 10일, 후무사는 30일 정도로 늘었다.
이로 인해 출하 조절이 가능해지면서 지난 한해 130여명의 자두생산 조합원들은 예년보다 2억7천여만원이 많은 9억원의 농가소득을 올렸다.
농협개혁을 요구하는 조합원들의 시위가 봇물을 이루는 가운데서도 돈놀이(신용사업)보다 돈벌이(경제사업)에 더 신경쓰며 농협 본연의 자세를 유지하는 농협들이 본보기가 되고 있다.
상주 외서농협은 농협과 조합원간 신뢰를 바탕으로 전국 최고의 배 산지유통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배의 수탁판매는'묻지마 판매'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이뤄진다.
묻지마 판매는 조합원들이 판매시기, 판매처, 판매가격을 묻지않는 3문 불가원칙으로 농가는 생산에만 전념하고 유통기법은 농협에 맡겨 더 이상 의심이 필요없다는 서로간의 강한 신뢰를 바탕에 깔고있다.
이같은 신뢰는 판매대금의 5%에 이르는 높은 수수료 등 농가부담 수수료가 8.5%에 달하지만 최종 판매가격은 다른 농가에 비해 20~25%나 높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 사업을 처음 시작한 지난 98년에는 연간 300상자 이상을 생산하고 있는 10명의 농가가 참여했으나 농가소득이 20%이상 향상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면서 해마다 참여 농가수가 늘어났다.
지난해의 경우는 230명으로 늘어났고 인근 3개지역 농협과 농가가 참여하는 사업연합형태로 발전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듭했다.
외서면 봉강리 김광식 작목반장은 "농협이 유통을 책임져 조합원들은 생산에만 전념할 수 있어 일손을 덜게됨은 물론 높은 가격으로 판매해줘 농협이 고마울 따름"이라고 했다.
성주군 수륜농협도 상품성 향상과 유통시스템 개선노력으로 환경농산물을 시중 시세보다 30%이상 비싼 가격에 내놓고 있다.
수륜농협의 각종 지원을 받는 환경농산물 생산 작목반(100여 농가)은 푸른가야산. 가람 채소, 수륜능금자연농업, 법산참외, 가야산 한방배. 한방사과. 한방느타리 등 6개.
수륜농협은 농산물 공동 출하와 공정가격 계산 등 '공동계산제'를 도입해 농협 성서하나로클럽과 달성유통센터, 현대.롯데.신세계 백화점 식품코너 등에 납품하고 지난해는 미국과 일본 등에 3천여만원 상당을 수출하는 등 유통체계를 획기적으로 바꿨다.
포항기계농협(조합장 이상협)은 국내 읍.면 단위농협으로는 유일하게 서울에 자체 영업직원 한 명을 상주시키고 있다.
기계농협 조합원들이 친환경적으로 재배(제조)한 '청초롬' '미락' 상표가 붙은 농산물을 백화점을 비롯한 대형 유통점이나 공판장 등에 판촉하기 위해서다.
조합원과 농협이 서로 믿고 '공동선별' '공동출하' '공동계산'에 나서는 것은 기본이다.
농협의 경제사업에 대한 확실한 소신과 믿음도 성공농협의 한 요인이다.
이상협 조합장은 "총 52명의 직원 중 29명(56%)이 지도.경제사업에 종사한다"며 "신용사업에 다소 소홀하다보니 경영상태는 썩 좋은 편이 아니지만 이렇게 하는 것이 우리 농촌이 사는 길이라는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기계농협이 '청초롬' '미락'이란 상표를 붙여 판매하는 농산물은 사과, 단감, 수박, 토마토, 부추와 '천하일품미(쌀)' '버섯호박빵'등. 농협측은 올해 유통사업 판매액을 지난해 20억2천만원보다 배이상 늘어난 42억원으로 잡아 놓고 있다.
박종국.임성남.이창희.강병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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