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하는 오후

잿빛 하늘을 구름의 씨앗으로,

바람의 깃털로 날려 다니다가

인도블록 사이 모래 부스러기처럼

마음 틈바구니에 뿌리를 박고

새털 목숨 이어갑니다

닳아빠진 구두창에 밟힌 채

민들레 꽃, 덧니 삐죽이 내밀어

계면쩍게 마주보고는

눈빛 노랗게 웃고 있습니다.

-안윤하 '민들레' 부분

이제 봄은 눈앞에 와 있다.

손을 내밀면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햇살 아래 잠시만 있어도 등이 따갑다.

그렇게 맹렬하던 추위가 어느 새 연약해지고 봄은 또 그렇게 푸른 빛으로 우리 곁에 와있는 것이다.

시인은 겨울 속에서 봄을 볼 수 있는 사람이고 봄이 온다고 외치는 사람이다.

그 목소리가 잔잔한 물결일 수도 있고 태풍처럼 큰 소리일 수도 있다.

이 시는 민들레처럼 사는 서민들을 따스하게 적고 있다.

함께 웃는 노란 웃음이 반갑다고 노래하고 있다.

서정윤(시인.영신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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