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SEX, 인간 진화의 파노라마

아메바 같은 단세포 동물에게는 죽음이 없다.

그들은 자신과 똑같은 개체로 분열하며 무한 증식한다.

반면 인간을 포함한 대부분의 다세포 동물들은 '섹스'를 통해 자신의 DNA를 자손에게 물려준다.

개체로 볼 때는 죽음을 피할 수 없지만 유전자의 입장에서는 섹스를 이용해 불멸성을 획득한 것이다.

번식 행위로서의 섹스는 동물 존재의 원천이다.

그러나 인간에게 있어 섹스는 단순히 후손을 낳기 위한 '유전자의 교환 행위'만은 아니다.

이같은 현상이 인간에게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인간과 가장 가까운 원숭이인 보노보 침팬치의 경우도 섹스를 통해 안정된 번식은 물론이고 무리의 유대관계를 꾀한다.

이들은 번식과 하등의 관계가 없는 빈번한 섹스를 하고 프랜치 키스라 불릴만한 키스를 하며 심지어는 동성애적 성행위도 벌인다.

사람들은 하루중 많은 시간을 섹스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생각을 하며 지낸다.

과연 인간에게 '섹스'의 의미는 무엇일까.

'아담과 이브 그후-진화로 본 휴먼 섹슈얼리티'(최윤재 옮김/도서출판 들녘 펴냄)는 인간의 '섹슈얼리티'에 주목한다.

섹슈얼리티는 프로이트가 처음 쓴 말로 인간의 역사와 문화 속에서 발견되는 성과 관련된 풍습이나 제도.법 등을 포괄하는 개념을 말한다.

생리 생식학자인 저자 멜컴 포츠와 로저 쇼트에 따르면 인간의 섹슈얼리티는 시대와 장소에 따라 인간의 본능적 성향이 투영된 것이다.

특정한 시대.사회의 섹슈얼리티는 여느 섹슈얼리티와 완전히 다를 수도 있고 같은 수도 있다.

인간의 역사와 문화가 아무리 다양함을 뽐낸다 해도 그 근원은 본능적 성향에 있고 그 핵심에는 섹스가 있다고 저자들은 보았다.

이 책은 성애적이면서도 인간의 번식을 위한 행동의 장대한 파노라마를 조망한다.

사랑.결혼.성교.임신.출산.사춘기.자녀양육.폐경.죽음 등 인간 행동의 배경을 생물학적으로 접근한다.

또한 생물학.역사.문화.고고학.인류학.신학 등의 자료가 사진과 그림과 함께 풍부하게 인용돼 독자들의 이해도를 높인다.

인간 행동의 뒤안길에는 성차별에 의한 폐해, 전쟁과 파괴, 전염병과 성병의 확산, 인구 과잉에 따른 생태괴 파괴 등이 따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인간이 지구의 주인으로 행세해도 좋은지, 그럴 권리가 있는지 의문을 품게 한다.

인간들이 만들어낸 문명의 결과들이 자연과 우리 자신의 본능적 성향까지 옭아매고 있다고 저자들은 경고한다.

저자에게 비친 인류는 '콘크리트로 된 정글 속에서 길을 잃어버린 수렵채집 사회의 여성과 남성들'이다.

인구학자이기도 한 두 저자가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인류 전체가 잘 살아 가는 것(well-being)이다.

인류가 진화생물학이나 사회생물학의 성과를 충분히 검증해 이를 바람직한 섹슈얼리티의 창출로 연결될 수만 있다면 지속 가능한 지구 환경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둘은 확신했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