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구식 잠수함' 덮친 이인제 魚雷

자민련 부총재 이인제 의원의 한나라 돈 5억 수수설이 검찰의 도마에 올랐다.

주어(主語)를 바꿔쓰면 한나라당의 '이인제 5억 매수설'이다.

발표대로라면 이 의원이 노무현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와의 경선에서 패한 후 자민련으로 이탈하자 이회창캠프가 5억원을 전달하며 지원유세를 요청했고, 이 의원은 자민련의 '대선중립' 당론을 무시하고 창(昌)을 공개지지 했으니 5억원과 '지지선언'의 연관성을 조사해야겠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캐기 시작하면 불법 정치자금 에서 노 대통령 이하 모든 정치인들이 안걸릴 수 있느냐"고 출구조사의 불공평성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할 터이다.

하지만 그것도 내가 깨끗해야 호소력이 있는 법이고 검찰이 "단서있으면 수사한다"고 반박하니 열올려봤자 스트레스만 더 커지는 판이다.

이인제가 누구인가? YS에 의해 졸지에 '큰 인물'이 됐던 사람, 1997년 이회창 후보와의 경선에서 깨끗이 승복했더라면 지금쯤 청와대에 턱 앉아있을지도 모를 사람, 그러나 정치적 선택을 딱 한번 잘못하는 바람에 정치적 명운이 천당과 지옥을 오간 사람이다.

자신의 팔자까지 망쳐놓은 바로 그 사람에게 이회창측이 '억'소리나게 돈을 주고 도와달라, 한나라당으로 오라고 매수한게 사실이라면 기가 막힌다.

그 돈 또한 11명의 이적료와 한묶음이다.

국민들은 이쯤에서 정치개혁의 반환점을 본다.

'개혁'의 화두(話頭)는 정대철을 시발로 김영일.이상수.한화갑씨 등 거목(巨木)들의 정치생명을 뒤흔들어 놓았고 그 불똥을 지금 이인제씨와 최병렬 대표의 안방에까지 튀고 있다.

국민들은 궁극적으로 사람, 정치인 개개인의 부침을 보지 않는다.

당(黨)을 본다.

정당정치에서 한 당의 망하는 모습은 곧 정당정치가 망하는 모습이다.

최 대표가 자신이 아닌 당을 보아야 하는 이유이다.

소설가 이문열씨는 한나라당을 빗대 "검찰 포화에 침몰하는 구식잠수함, 그러나 이제 반환점 돌아 희망이 보인다"고 했지만 그 또한 빛바랜 애정의 립서비스 같다.

최 대표의 결단 여하에 따라 잠수함은 떠오르든지 침몰하든지 할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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