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인제 매수 한나라 '충격타'

현금 5억중 2억5천 가로챈 김윤수 前 공보특보 구속

지난 대선 당시 이인제(李仁濟.자민련) 의원이 한나라당측으로부터 2억5천여만원의 불법자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이 검찰의 본격적인 불법자금 출구 수사를 예고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야 정치권 모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검찰은 20일 이례적으로 관련자 진술을 포함, 사건 일체를 자세히 공개했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의 특보 이병기(李丙琪)씨가 이 의원이 민주당에서 자민련으로 당적을 옮긴 직후인 2002년 12월초 이 의원의 전 공보특보 김윤수(金允秀)씨에게 사과박스 2개에 나눠 담은 현금 5억원을 건넸으며 이 중 김씨가 2억5천만원을 가로챘다'는 것이었다.

검찰은 또 김씨가 이 의원에게 '한나라당측에서 받은 돈'이라고 진술했다고 밝혀 사실상 이 의원을 구속 수사할 뜻임을 내비쳤다

그러나 이 의원은 이날 자민련 마포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치졸한 정치보복 차원의 덮어씌우기 수사"라고 발끈했다.

그는 "당시 한나라당으로부터 돈을 한푼도 받은 사실이 없으며 내 주변의 누구로부터도 한나라당 돈을 받았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항변했다.

이 의원은 또 "큰 꿈을 포기할 수 없어 수모를 견디며 묵묵히 정치행보를 계속해온 내가 구차하게 한나라당 돈을 받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조차 없다"고 했다.

그러나 대선 당시 이 의원은 민주당을 탈당, 자민련에 입당한 직후 총재권한대행을 맡으며 여러차례 이회창 후보를 공개 지지하는 등 이 후보에게 유리한 발언을 쏟아내 돈에 대한 '매수' 대가가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또 한나라당이 이 의원에게 거액을 전달한 것은 대선 전 흔들리던 충청권 민심을 잡기 위해서였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한나라당은 이날 공식 논평을 내놓지 않은 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 당직자는 "당이 어수선한데 이번 사건까지 겹쳐 할 말이 없게 됐다"며 낙담했다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을 '부패 만물상', '정치공작 정당'에 빗대며 맹비난했다.

장전형(張全亨) 민주당 부대변인은 "한나라당이 이 의원측에 돈을 건넸다면 명백한 정치공작"이라고 했고 열린우리당 박영선(朴映宣) 대변인은 "이 의원이 이회창 후보 지지를 선언한 것은 5억원짜리 화답이었다"며 "한나라당은 그야말로 부패 만물상"이라고 성토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사진 : 이인제 자민련 부총재는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측으로부터 5억원이 전달됐다는 검찰발표에 대해 20일 오후 자민련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치졸한 정치보복 차원의 덮어씌우기 수사"라며 강력 반발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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