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병원 3층 동쪽창문에서 건너다 보이는 우체국건물 모퉁이 우뚝 선 전주 위에 폭풍우에도 견고해 보이는 둥지를 마련한 까치 부부가 몇 년째 사이좋게 살고 있다.
새끼들의 찍찍, 찍찍 우는 소리가 들릴 때면 까치부부가 경쟁적으로 먹이 공급에 분주하고 먹이를 받아먹는 모습은 정말 귀엽다.
잘 자란 새끼들이 날개를 펴서 날아가 버린 빈 둥지가 우리 부부의 눈에 띌 때는 삼남일녀를 출가시킨 후 때때로 허전한 우리 마음 같다고 느껴졌다.
월요일 아침에는 일찍부터 환자대기실에 환자들이 꽉 차 진료를 시작하면 마음이 바빠진다. 그래서 더욱 신중히 정신을 쏟는 중인데 진료 받기 위해 들어온 할머니가 흥분한 얼굴로 먼저 말을 꺼낸다.
"원장님! 밖에 좀 보세요. 전공들이 전주 위에 까치둥지를 아스팔트위로 내동댕이쳐 까치새끼들이 날개와 다리가 부러져 허우적거리며 죽어가고 있는데 아무도 그것을 보면서 말 한마디 하지 않네요".
나는 진료할 생각도 않고 그냥 현관문을 열고 길거리로 뛰어나가 전주 위에 매달려 일하는 전공에게 "무엇하고 있어요?" 크게 소리쳤다.
일하던 전공이 뒤돌아보며 전주에서 내려와 "왜, 그렇게 흥분하세요. 우리 한전에서는 지난 해부터 전기정전사고의 원인이 까치인 것을 알고 까치와의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정전사고는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고 생산공장에도 지장을 주기에 까치둥지를 철거하는 것이고요. 언젠가 원장님도 정전으로 환자진료에 지장이 있어 전화하신 적이 있다고 들었기에 이렇게 합니다".
나는 할말이 없었다. 지나가던 여인들도 피투성이 되어 죽어 가는 까치새끼들을 보면서 한마디씩하며 얼굴을 찡그리고 갔다.
그날 이후 우리병원 3층에서 건너다 보이는 까치둥지 자리에는 바람개비가 돌아가고 있다. 둥지와 새끼를 잃은 까치부부는 전주 주위를 날아돌면서 까∼악 까∼악 까∼악 운다.
전주 주위를 날아다니며 까∼악 까∼악 애타게 우는 모습이 거칠고 사나워 히치콕의 '새' 영화장면 중 갈매기 떼들이 설쳐되는 모습과 흡사하게 보여진다.
농가 생일잔치에 갈매기 떼가 돌발적으로 날아들어 아이들의 눈을 빼고, 얼굴을 마주 쪼아 피투성이 가 된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는 비참한 공포의 장면이 떠오른다. 새들이 왜 인간을 공격할까? 상상을 영화화 한 것이지만 정말 지금도 생각하면 소름이 기치는 영화였다.
천지창조 후 만물의 영장인 인간들에게 피조물들을 생육하고 번성할 수 있도록 관리책임을 부여하였지만 인간의 이기주의적인 생각 때문에 자연계의 질서가 파괴되고 생태계의 돌변으로 인한 결과가 아니겠는가? 어떻게 하면 창조의 질서와 모든 생명들의 공존공생으로 평화로운 지구촌이 회복될 것인지. 까치뿐만 아니라 동무의 수난은 인간들의 횡포요, 책임인 것을 모두가 자인해야 할 것이다.
최근 신문에 참외수확이 한창인 농가 비닐하우스의 단향을 맡고 까치가 습격하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 농민들이 까치 포획을 위해 총을 들었다는 기사가 있었다.
앞으로 많은 야생동물들이 살기 위해 집안으로 침범하면 우리도 총을 겨누며 살아 갈 날이 곧 다가올 것이다.
사람이 야생조수를 요리하기 위해 무차별 살생하면 조수에서 유출된 바이러스가 사스와 같은 엄청난 또 다른 질병으로 많은 사람의 죽음을 유발할 것이다.
야생조수의 수난이 인간들에게 더 큰 수난을 안겨줄까 걱정스럽다.
전경홍(한국문학회 회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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