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빠가 읽어주는 전래동화-슬기로운 재판

옛날에 한 나무꾼이 살았는데, 하루는 장에 가서 나무를 팔아 가지고 돈을 두 냥 벌었어. 그 돈 두 냥을 가지고 가다가 보니, 길에 웬 주머니가 하나 떨어져 있거든. 주머니를 주워서 열어 보니, 아 글쎄 그 안에 돈이 자그마치 스무 냥이나 들어있지 뭐야.

'아이쿠, 큰돈이군. 이 돈을 잃어버린 사람은 얼마나 애가 탈까'.

나무꾼은 돈 임자가 틀림없이 주머니를 찾으러 다시 올 것이라 생각하고 그 자리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어. 기다리는 동안에 나무 팔아 번 돈 두 냥도 그 주머니에 같이 넣어 놨어. 그러니까 주머니에는 주운 돈 스무 냥과 제 돈 두 냥, 이렇게 해서 모두 스물두 냥이 들어있었지.

아니나다를까, 조금 뒤에 웬 젊은이가 헐레벌떡 달려오더니 두리번두리번하면서 뭘 찾더래. 그래서 물어 봤지.

"여보시오, 젊은이. 무얼 그리 찾소?"

"여기서 돈주머니를 잃어버렸다오".

그래서 나무꾼은 제가 주운 주머니를 보여 주면서 혹시 이 주머니가 아니냐고 물었어. 그랬더니 젊은이는 반색을 하면서 제 것이라고 그러더래. 나무꾼은 주머니 안에서 제 돈 두 냥을 꺼내고 스무 냥을 돌려 줬지. 그래야 할 것 아니야? 아, 그런데 이 돈 임자 하는 짓 좀 보게. 돈을 찾아 줘서 고맙다하기는커녕 오히려 돈이 모자란다고 생떼를 쓰네.

"내가 아까 잃어버린 돈은 스물두 냥인데, 왜 이 주머니 안에는 돈이 스무 냥밖에 없는 거요?"

나무꾼이 들어 보니 참 기가 막히거든. 이건 물에 빠진 사람 건져 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것보다 더하지 뭐야. 아마 나무꾼이 주머니에서 제 돈 두 냥을 꺼내는 걸 보고 그것마저 탐이 나서 그러나 봐. 주머니 안에는 틀림없이 돈이 스무 냥만 들어 있었다고 아무리 하소연을 해도 막무가내야.

"어서 그 돈 두 냥도 마저 내놓으시오".

"이건 나무 팔아 번 내 돈이오. 아무리 욕심이 나기로서니 남의 돈을 탐내는 법이 어디 있소?"

이렇게 옥신각신하다가 원님에게 가서 재판을 받기로 했어. 그 고을 원님은 전부터 재판을 잘 하기로 소문이 났거든.

원님한테 가서 앞뒤 이야기를 다 하고 판결을 해 달라고 했더니, 원님이 양쪽 이야기를 다 들어 보고 나서 돈 임자에게 다시 묻더래.

"자네는 틀림없이 돈 스물두 냥이 든 주머니를 잃어버렸는가?"

"예, 그렇습니다.

"

또 나무꾼보고도 다시 묻더래.

"그대는 틀림없이 스무 냥이 든 주머니를 주웠고?"

"예, 그렇습니다".

그랬더니 원님이 무릎을 탁 치면서 판결을 하는데, 먼저 돈 임자보고,

"그렇다면 저 사람이 주운 주머니는 자네 것이 아닌가 보군. 돈이 스무 냥밖에 안 들어있었으니까 말이야. 자네는 딴 데 가서 주머니를 찾아보게나"하고 나서, 나무꾼보고는,

"그대가 주운 주머니는 임자가 없는 것 같으니, 가져가서 살림에 보태 쓰도록 하라"하더래. 그 참 멋진 판결이지 뭐야. 서정오(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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