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주 최부잣집 300년 부의 비밀

우리나라 속담에 '부자 3대를 못 간다'는 말이 있다.

부를 이루기도 어렵지만 이를 지속하기는 더 어렵다는 뜻. 그런데 10대에 걸쳐 300년 동안이나 부를 지켜온 집안이 있다니. 책장을 넘기면서 우리나라에도 이런 존경할만한 부자의 모델이 있었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최근 출간된 '경주 최부잣집 300년 부(富)의 비밀'(전진문 지음.황금가지 펴냄)은 경영학 박사인 저자가 10대에 걸친 세월 동안 부자의 대명사로 이름을 떨친 경주 최씨 집안의 비결과 숨겨진 노하우를 현대 경영학으로 풀어낸다.

저자는 최 부잣집의 이야기야말로 부(富)를 모으고 유지하며 올바르게 쓰는 훌륭한 부자의 사례라고 한다.

그렇다면 최씨 집안이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재산을 유지하고 관리할 수 있었던 비결은 도대체 무엇일까. 저자는 그들 집안에서 내려오는 독특한 가훈, 경영 철학의 역할을 한 가거십훈, 구체적 상황에 따른 대처법인 육연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한다.

첫째,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은 하지 마라. 둘째, 재산은 만석 이상 지니지 마라. 셋째,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 넷째, 흉년기에는 땅을 사지 마라. 다섯째, 며느리들은 시집온 후 3년 동안 무명옷을 입어라. 여섯째, 사방 백 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최부잣집의 가훈에서 보듯 그들이 오랫동안 부를 지킬 수 있었던 노하우는 다름 아닌 분수를 알고 절약하며, 이웃들에게 인심을 잃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모든 재산을 지역사회에 환원한 최씨 집안 이야기는 부자를 칭찬하는데 어색한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린다.

조금이라도 부를 더 축적하기 위해 온갖 부정한 방법을 동원하거나 부를 숨기기 위해 이웃과 담을 쌓고 살아가는 현대의 부자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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