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현장 이곳>칠곡 '계곡물 이상!'

"계곡물이 이상해요. 기르던 개들이 시름시름 앓고 뒷다리가 마비되는 증세를 보이더니 요즘엔 강아지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칠곡군 가산면 용수리 골짜기. 칠곡에선 가장 외딴 마을 중 하나다.

마을에서 내곡저수지 쪽으로 계곡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산기슭에 축사를 비롯한 외딴 집들이 드문드문 자리잡고 있다.

1년8개월 전부터 이곳에서 개 200여마리를 키우며 살고 있는 최재린(50)씨는 "계곡물을 먹이는 개들에게 올초부터 이상 증세가 나타났다"며 하소연했다.

일부 개들은 뒷다리가 마비되는 증상을 보이더니 최근 들어선 다리가 없는 기형 강아지까지 태어났다다는 것. 또 몇몇 강아지들은 태어나자마자 죽어버리기도 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최씨 부부는 "아마 계곡물의 영향 때문일 것"이라고 의구심을 제기했다.

누군가 못된 짓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도 했다.

실제로 집 앞으로 흘러내리는 계곡물은 산 속에서 흘러내리는 투명한 계곡물과 달리 갈색빛을 띄고 있었다.

이들은 그간 이 계곡물을 식수로 사용해왔다.

계곡 상류쪽으로 올라가자 계곡 바닥은 갈색물빛이 배여 돌들이 철광석처럼 거뭇거뭇한 모습으로 변했다.

상류쪽에 자리잡은 내곡저수지의 경우 아랫마을 주민들이 작년까지만 해도 식수와 농사용으로 이용하던 곳이다.

최근 들어 주민들은 식수를 다른 곳에서 끌어오고 있다.

저수지 둑의 한 틈새, 즉 계곡물이 흘러나오기 시작하는 곳에 온통 누런 색 이물질이 덕지덕지 끼어 있었다.

주변 물도 갈색인데다 거품이 일고 있었다.

그러나 저수지 상류쪽에는 눈 녹은 맑은 물들이 흘러들고 있었다.

저수지 주변에 오염원이라고 없다.

최씨는 "저수지 물색깔이 흑갈색으로 변한 것은 지난 설 무렵"이라고 했다.

그전에는 물이 깨끗해 식수로 사용했지만 물빛이 이상해지면서 개들에게도 이상 징후가 발생했고, 최씨 부부도 정신이 혼미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 급기야 지난 달엔 집안에 샘을 파서 식수를 바꿨다.

식수를 바꾸고 나니 뒷다리 마비현상을 보이던 개들이 조금씩 원기를 회복하고, 이들 부부에게 나타나던 증세도 없어졌다.

지난 1월엔 경찰이 계곡물 오염과 죽어가는 개들에 대한 원인규명에 나섰다.

칠곡경찰서 수사과는 죽은 개의 내장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한 결과 "이상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군청 환경보호과도 지난달 14일 경북도 보건환경연구원에 수질검사를 의뢰했다.

검사결과 수소이온농도, 용존산소(DO), 부유물질 모두 적정 수준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카드늄, 비소, 수은, 시안, 납 등도 전혀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군청은 "낙엽 등 부유물질이 고여서 썩었기 때문에 물빛이 변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최씨 부부는 이같은 검사결과를 믿지 못한다고 했다.

저수지에 이상한 약을 뿌린듯한 약병들이 늘려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경찰은 지난 8일 다시 계곡물의 성분검사를 실시했다.

"경찰과 군청이 아무리 이상없다고 해도 믿기 힘듭니다.

어제 밤에도 이 물을 먹은 너구리 한 마리와 아랫집 개가 비실거리더니 계곡 한쪽에서 죽은 채 발견됐는데".

칠곡.이홍섭기자 hslee@imaeil.com

사진:칠곡군 가산면 용수리 계곡물이 흑갈색으로 돌변해 인근 주민이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