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대한민국은 전진해야

중국의 명나라가 와해된 것은 1644년 무렵이다.

극심한 당쟁, 임진왜란.여진족과의 전쟁에 따른 재정난, 잇따른 농민반란 때문이었다.

마지막 황제 의종은 농민군이 황도를 점령하자 황후 주씨를 자결케 하고 16세의 공주를 찔러 죽인 뒤 자금성 뒤의 경산에 올라 홰나무에 목을 매 자결했다.

태조 주원장(朱元璋)이 명을 창건한 지 277년만의 일이다.

▲그로부터 240년 뒤인 1884년 조선에서는 갑신정변이 일어났다.

한국 사상 최초의 반봉건.반외세 혁명이었다.

정변을 이끈 개화당은 청나라의 외압을 벗어나지 않고서는 국가의 자주독립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전략적 차원에서 일본을 끌어들였다.

그러나 외세를 배척하기 위해 또 다른 외세에 의존함으로써 민중의 지지를 얻는 데 실패했다.

그리고 3일만에 개혁 기도는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조급한 진보와 가벼운 운동으로 급격한 행동이 지나쳐서 슬픈 지경'(장지연)으로 막을 내린 것이다.

▲다시 60년 뒤인 1944년 독일에서 '히틀러 암살미수'의 정변이 발생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전세가 불리하게 돌아가자 나치의 무모한 침략전쟁에 반발한 일부 군인들과 정치가.외교관들이 공모해 쿠데타계획을 추진했다.

시한폭탄이 든 서류가방을 히틀러의 회의장에 반입, 폭살을 기도했으나 히틀러는 가벼운 상처만 입어 쿠데타는 실패로 끝났다.

이 사건에 연루된 7천여 명이 체포되고 200여 명이 처형됐다.

독일의 전쟁 영웅 롬멜은 히틀러로부터 음독자결을 명령받았다.

▲음양오행으로 음력 7월은 신월(申月) 즉 잔나비 달이다.

잔나비는 '날쌔다'라는 뜻의 '재다'와 '원숭이'라는 뜻의 '납'이 합쳐진 말이다.

그래서인지 원숭이 해는 천지기운이 급박하게 돌아가 사람의 활동이 왕성해지고 사회가 혼란해지기 쉽다고 한다.

특히 갑신년은 땅의 기운이 하늘의 기운을 억압하므로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몰아내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해석이 덧붙는다.

명의 멸망과 갑신정변, 히틀러 축출 쿠데타가 모두 갑신년의 일이다.

▲이 역사적 사건들에 한 가지 더 보태야 할 일이 어제 벌어졌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이다.

연초부터 회자되던 '제2의 갑신정변'이 현실화 된 것이다.

우연에 불과하겠지만 잔나비의 재주가 지나쳐 또 한바탕 광풍을 몰고 온 셈이다.

대통령 탄핵의 당위와 의미는 후세의 평가로 남겨두어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우리 헌정사에 대통령 탄핵의 기록을 남겼다는 것은 민주질서의 새로운 자취임에 틀림없다.

국민 각자에게 더 많은 책임이 주어진다는 의미로 받아들임직하다.

"대한민국은 전진해야 한다"는 국회의장의 언급은 이런 뉘앙스를 던진 것이 아닐까.박진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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