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빠가 읽어주는 전래동화

옛날 옛적 어느 곳에 형제가 살았는데, 형은 욕심이 많고 아우는 착했어. 형이 늙은 홀어머니를 구박하다가 내쫓아버리니까, 아우가 어머니를 모셔다가 극진히 섬기며 살았지. 하루는 아우가 남의 집에 가서 일을 해 주고 팥죽 한 그릇을 얻었는데, 집에 두고 온 어머니 생각에 차마 먹을 수 있어야지. 입에도 안 대고 그대로 보자기에 싸서 집으로 가져갔어.

집으로 가는 길에는 고개가 하나 있었지. 아우가 고갯마루에 올라서니 어디선가 꿩 한 마리가 푸르르 날아와서 발치에 뚝 떨어지더래. 가만히 보니 며칠이나 굶었는지 날개에 힘이 빠져 잘 날지도 못해. 하도 불쌍해서 팥죽 그릇에서 팥죽을 한 숟갈 떠서 꿩에게 먹여 줬지. 꿩이 몇 숟갈 받아먹고 나서 하는 말이,

"나는 어차피 죽을 몸이니 한 가지 방도를 일러 드리겠습니다.

내가 죽거든 나를 가져다가 앞마당에 묻어 주되, 무덤 위에 모래 석 짐 져다 붓고 물 두 짐 져다 붓고 거름 한 짐 져다 부으십시오"하고 나서 그만 스르르 눈을 감고 죽어버리더래.

아우는 꿩의 말을 따라, 죽은 꿩을 가져다가 앞마당에 고이 묻어 줬어. 그리고 무덤 위에 모래 석 짐 져다 붓고 물 두 짐 져다 붓고 거름 한 짐 져다 부었지. 그랬더니 사흘 만에 무덤에서 왕대가 하나 파랗게 올라오더래. 그 왕대가 쑥쑥 자라기 시작하는데, 눈 한 번 감았다 뜰 때마다 서 발씩 자라서 사흘 뒤에는 하늘을 찌르게 높이 자랐어.

높이 높이 자라서 왕대 끝이 정말로 하늘을 찔렀지. 그런데 어디를 찔렀는고 하니 하늘나라 곳간을 푹 찔렀어. 쌀 쌓아 두는 곳간을 찔렀으니 어찌 되겠어? 뚫린 구멍으로 쌀이 콸콸 쏟아지기 시작하는데, 금세 몇 만 석이 쏟아졌어. 그래서 아우는 부자가 됐지.

형이 이 소문을 듣고 아우를 찾아왔어.

"너 어떻게 해서 부자가 됐니?"

아우는 그 동안 있었던 일을 다 말해 줬어.

"그러면 내가 내일 너희 집에 다시 올 테니 팥죽 좀 쑤어 놔라".

형은 싫다는 어머니를 억지로 업어다가 제 집에 모셔 놓고, 그 이튿날 아우 집을 찾아왔어. 팥죽 한 그릇을 얻어 가지고 고개 넘어 제 집으로 갔지. 가다가 고갯마루에서 꿩 한 마리를 잡아다가 억지로 팥죽을 먹여서 집으로 가져갔어. 가져가서 앞마당에 묻었지.

그러고 나서 형은 꿩 무덤 위에 모래 석 짐 져다 붓고 물 두 짐 져다 붓고 거름 한 짐 져다 부었어. 그랬더니 아니나 다를까, 사흘 만에 무덤에서 왕대가 하나 파랗게 올라와서 쑥쑥 자라기 시작하는데, 눈 한 번 감았다 뜰 때마다 서 발씩 자라서 사흘 뒤에는 하늘을 찌르게 높이 자랐어.

높이 높이 자라서 왕대 끝이 정말로 하늘을 찔렀는데, 어디를 찔렀는지 알아? 하늘나라 곳간이라고? 아니야, 아니야. 이번에는 하늘나라 뒷간을 푹 찔렀어. 똥 누는 뒷간을 찔렀으니 어찌 되겠어? 뚫린 구멍으로 똥이 콸콸 쏟아지기 시작해서, 그만 눈 깜짝할 사이에 형 집을 덮쳐버렸대. 그래서 어떻게 됐느냐고? 나도 몰라. 그 뒤에 어떻게 됐는지 아무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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