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디어활용교육/컷컷컷-일본 영상 문화의 힘

일본에 '오타쿠'(お宅)라는 말이 있다.

열광적인 팬이나 마니아와 비슷한 개념이다.

그러나 '방에 틀어 박혀 외부와 접촉하지 않는 별종'이란 나쁜 뜻이 내포돼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폐인'이란 말과 유사하다.

80년대만 하더라도 이들의 비사교적인 생활방식이 사회문제화하기도 했다.

1989년 고베에서 4명의 유아가 연쇄 살해당한 사건이 '오타쿠식 범죄'로 이름붙여지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들어 '오타쿠'는 일본 영상문화를 이끄는 하나의 힘으로 해석된다.

80년대 '오타쿠'들이 90년대 두각을 나타내면서 일본 애니메이션을 세계에 알리는 첨병이 된 것이다.

일본 애니메이션은 독특한 서사구조도 그렇지만, 카메라웍(카메라 시선의 움직임)이 실사영화 뺨을 친다.

그렇게 빼어난 화면이 나오게 된 것은 비디오 테이프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80년대초 1시간짜리 녹화 테이프의 가격이 8천엔(한화 약 8만원)이었다.

이 분량으로는 연이어 녹화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당시 TV에 방영된 '우주전함 야마토' 26회 분량을 녹화하려면 9만엔에 가까운 돈이 들었다.

궁색했던 '오타쿠' 들에게는 만져볼 수도 없는 거액이다.

그래서 2편을 녹화하기 위해서는 1편을 지울 수밖에 없었다.

눈물을 머금고 지워야 했기에 이별하는 마음으로 각 장면과 표정, 대사 등을 모두 외웠다.

비디오 테이프 대신 뇌 속에 녹화한 것이다.

완전히 육화(肉化)된 기억들을 되새김질해 애니메이션 제작에 녹여 넣으면서 '오타쿠'는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됐다.

김중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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