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나의제언-야근 경찰 위문하는 할아버지 본받자

며칠전 밤 10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우연히 슈퍼마켓 앞을 지나던 중 한 할아버지의 작지만 큰 행동을 보았다.

일흔은 훨씬 넘은 듯한 허름한 등산복 차림의 한 백발 할아버지가 슈퍼마켓 앞에서 주인을 부르더니, "빵이 없느냐"고 묻는 것이었다.

가게 주인 아주머니는 "할아버지, 이 밤중에 빵은 무엇하게요?"하며 되물었다.

할아버지는 "이 밤중에 늦도록 일하는 경찰들이 얼마나 배 고프겠나. 한참 먹을 나이에 저녁이나 먹었는지. 나도 손자를 키우는데…. 빵 열 개만 주시고 소주 한 병 따로 주시오. 그것은 내가 먹게…. 이거 할멈이 알면 잔소리할 텐데"하시며 속주머니에 꼭꼭 감춰둔 낡은 지갑에서 꼬깃꼬깃 구겨진 전재산 7천원을 꺼내시는 거였다.

거기서 6천원을 선뜻 내 계산하시고, 길 저쪽에서 음주 단속하는 여남은 명이 늘어선 경찰에게로 가셨다.

이를 보는 순간 내 마음은 부끄럽기 짝이 없었다.

저 할아버지야말로 이 나라의 진정한 주인이구나!

온 나라가 탄핵 정국으로 소용돌이치고 있는 지금 진정 이 나라의 주인은 누구인가? 하루에 실업자가 400명씩 늘어나고 한 가정의 가장이 실업자가 되고 젊은 신용불량자가 살 길이 막막하며 대학 졸업으로 곧 백수건달이 된다고 하는데 누가 이들의 아픔을 보듬어 어루만져 줄까. 이를 외면하고 국민을 통합 못한 대통령도, 자기만 살겠다고 줄서기 바쁜 철새 정치인도, 지성을 자처하며 궤변을 늘어놓는 교수도,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는 언론인도 진정한 주인은 아닐 것이다.

이들이 저 할아버지보다 배운 것도 가진 것도 많으련만….

도로 교통법 위반하며 부정한 국회의원 타도하자는 촛불시위도 그만하면 되었으니 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일하는 다수의 국민을 생각하라. 이 가난하나 통큰(?) 할아버지를 배우자. 이것이 진정 이 나라를 살리는 길이요, 이 나라의 주인이 되는 길이다.

'모두 내 탓'이라는 마음으로, 그리고 우리 모두 하나되어 서로를 아껴주는 국민이 되자.

이상도(영신고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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