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중기 기자의 영화보기-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부활절(4월 11일)을 앞두고 2일 개봉되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감독 멜 깁슨)는 꽤나 자극적이고, 참혹한 예수영화다.

살점이 뜯기고, 가시 면류관이 피부 속을 찌르고, 굵은 못에 뼈가 으스러지는 등 예수 수난에 절로 몸서리가 쳐진다.

'예수의 수난'으로 해석되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는 예수가 겟세마네 동산에서 바리새인들에게 사로잡힌 뒤 십자가에 못 박혀 사망할 때까지 12시간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영화다.

그동안 스크린에 예수를 그리는 것은 일종의 금기였다.

어떤 식이든 반발이 예상되는 모험이었다.

'벤허'(1959년), '왕중왕'(1961년) 등 이른바 성경영화에서도 예수는 늘 논란이었다.

특히 '왕중앙'에선 예수(제임스 헌터)가 겨드랑이 털이 있다고 해서 재촬영해야 할 정도였다.

예수의 갈등과 인간적인 면모를 들여다보려고 했던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예수의 마지막 유혹'(1998년)은 더 말할 필요도 없었다.

멜 깁슨도 투자자를 찾지 못해 자신의 돈 2천500만달러를 넣어 영화를 만들었고, 개봉 후에는 유대주의자로부터 엄청난 반발을 쌌다.

급기야 유대인의 영향력이 큰 할리우드에서 "더 이상 영화를 못 찍게 하겠다"는 제작자들의 '독설'을 들어야 했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는 마치 다큐멘터리를 연상시키듯 예수 '십자가의 길'을 시간대별로 그리고 있다.

기력이 떨어져 넘어지고, 성모 마리아를 만나고, 시몬이 십자가를 함께 지는 등 성당마다 꾸며진 '14처'의 모습이 스크린에 충실히 그려진다.

멜 깁슨은 예수 수난을 관객이 동참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숨이 끊긴 것을 확인하기 위해 창으로 찔러 피가 뿜어져 나오는 장면에선 저절로 옆구리를 쓸어내리게 된다.

그만하면 그의 전략은 성공적이다.

흥행 또한 잘돼 미국에서 3주 연속 흥행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예수의 가장 큰 메시지인 사랑보다 잔혹함이 더 크게 다가온다는 점이다.

'충실한 복음서'를 자임하며 휘두른 멜 깁슨의 채찍에 묘하게 센세이셔널리즘이 묻어난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2천년 전 예루살렘 시가와 똑같은 세트에 대사도 유대인들은 고대 아람어, 로마인들은 라틴어를 쓰도록 하는 등 성경을 충실하게 담으려는 의도는 높이 살 만하다.

예수역을 맡은 제임스 카비젤의 연기가 돋보인다.

미국에선 가혹한 묘사로 R(미성년자 제한)등급을 받았지만, 한국에서는 '성경을 통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라는 이유로 15세 관람가를 받았다.

상영시간 125분. 김중기기자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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