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년가장 김성진.대성 형제의 '홀로서기'

"부모님이 생각날 때마다 저보다 동생이 더 측은하게 느껴집니다".

소년 가장 김성진(14.서부중2)군은 세상에 의지할 데라곤 동생 대성(11.비산초교4)이 뿐이다.

성진이가 12세 때인 지난 2002년 생활고에 지친 어머니가 가출해 버린데다 인쇄공장 운전기사일을 하면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던 아버지마저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기 때문.

이 때부터 성진이는 철 모르는 동생을 달래며 고사리 손으로 밥이며 빨래, 청소까지 가장 노릇을 해야만 했다.

동사무소에서 지원해 주는 월 30만원 남짓한 돈이 수입의 전부. 생활비 대기도 빠듯해 밥대신 라면으로 끼니를 때울 때가 많고 잔병치레가 잦은 동생을 병원에 데려가기도 힘들어 아파서 우는 동생을 달랠 수밖에 없었다.

대구에 삼촌이 살고 있지만 형제를 돌보기에는 힘에 겨워 발길을 끊은 지 오래다.

그래도 이들 형제는 밝게 생활하며 가난과 외로움에 찌든 삶이지만 굴복않고 이겨 나가고 있다.

지난해 구청에서 마련해준 10여평 남짓한 보금자리가 이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는 것.

두 형제는 힘들지만 서로 의지하며 꿋꿋하게 견뎌 보자는 어른스런 생각으로 주위의 부담스런 도움이나 동정같은 지원은 가급적 사양하고 있다.

간혹 이웃 아주머니들이 반찬이라도 마련해 주지만 사양할 때가 많다.

그런 꿋꿋한 마음 때문인지 이들 형제는 엇나가지 않고 착하게 자라고 있다.

성진이는 "힘들다고 부모님을 탓하고 싶지도 않고 주위 도움을 받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가고 싶다"며 "그나마 동생이 어긋나지 않고 학교에서 공부를 잘하고 있어 무척 다행스럽다"며 활짝 웃는다.

그러나 어린 성진이가 동생에게 넉넉한 용돈을 주지 못하고 컴퓨터를 사줄 수 없는 현실을 극복하기에는 아직 무리다.

더구나 잦은 잔병치레와 잘 먹지 못해서인지 또래 보다 몸집이 작은 동생을 볼 때면 마음이 아프다고.

자신도 좋은 신발과 가방 등에 관심이 많을 나이지만 동생의 투정을 받아주느라 아직까지 한번도 그런 것들을 사본 적이 없는 성진이의 꿈은 의사가 되는 것.

의사가 되면 통역사가 되고 싶어하는 동생의 학비는 내가 벌어 떳떳하게 대줄 수 있고 아울러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는 가난한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낙천적인 성격의 성진이도 학비마련이 벌써부터 고민이다.

그래도 "열심히 공부해서 꼭 전액 장학금을 받을 겁니다"라는 야무진 각오를 밝힌 성진군은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인터뷰 내내 손에서 책을 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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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희기자 cc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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