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구미 마라톤클럽 김영갑씨

"세계 각국 마라토너와 어깨를 겨루며 완주한 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양팔 모두 팔꿈치 아래가 없는 김영갑(31.구미마라톤클럽회원)씨는 지난 19일(미국 현지시간) 열린 제108회 보스톤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완주하고 돌아왔다.

그는 더운 날씨와 쉽지 않은 코스로 인해 자신의 최고기록(2시간43분)에 못미쳤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뛰었다.

보스톤 마라톤대회는 지난 1947년 서윤복, 1950년 함기용, 2001년 이봉주 선수가 우승해 우리와 인연이 깊다.

김씨는 "대회 참가를 위해 매일 평균 14~15㎞ 정도를 달렸다"고 했다.

그는 27세 되던 해인 지난 1998년 설을 이틀 앞두고 구미공단의 직장에서 6천600v의 고압 전력케이블에 감전돼 양팔을 잃었다.

하루하루가 지옥같았던 그에게 새로운 삶의 의지를 불태우게 한 것은 마라톤.

"처음엔 혼자 힘으로는 숫가락 하나 들지 못하는 처지를 비관만 했습니다.

세상밖으로 나오는 것 자체가 싫었습니다.

하지만 마라톤을 시작하면서 인생관이 확 바뀌었습니다".

자신의 삶을 인정하고 추스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마라톤을 시작했다.

신체의 상처보다 마음의 상처를 먼저 치유하기 위해 그는 달리고 또 달렸다.

2001년 구미마라톤 클럽에 가입한 뒤 이번 대회까지 마라톤 풀코스만 모두 21번 완주했다.

기록도 만만치 않다.

영남 마라톤 대회 10㎞ 우승을 비롯해 경산 마라톤 대회 하프 3위, 장수 논개 마라톤대회 5위, 서울 울트라 마라톤 대회(100㎞) 6위를 차지했다.

이제 그를 양팔 없는 장애인으로 보는 사람은 없다.

대신 '철인'(鐵人)으로 부른다.

김씨는 "아마추어 마라토너들에게 꿈의 무대인 런던마라톤과 로테르담.사하라 마라톤에 꼭 참가하고 싶다"며 벌써 다음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구미.김성우기자 swki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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