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아진, 비이누, 우우유.... 한글 어렵지만 재미있어요'.
27일 오후 2시 대구 중구 남산4동 구민교회 내 외국인상담소. 이슬람계 어린이 2명이 작은 방에 모여 한국인 선생님에게서 한글과 알파벳을 배우고 있었다.
파키스탄에서 8개월전에 대구로 왔다는 알리(10) 오사마(5)군 형제. 이들은 '우우유, 사아진'이라고 더듬거리면서도 신나고 재미있어 했다.
어느새 우리 사회의 또다른 소외계층이 되어 버린 외국인 근로자들의 자녀를 위해 대구 외국인노동상담소가 외국인 어린이 학교를 개설했다.
비록 학력이 인정되지 않고 열악한 시설이지만 이들에게는 소중한 배움의 터전인 것.
외국인 어린이학교는 알리 형제의 아버지인 아식 알리미리쟈(32)씨의 '자녀교육 부탁'이 계기가 됐다.
3년 전 대구에 혼자 왔다가 가족을 대구로 모두 불러들인 아식씨는 한창 공부를 해야 할 아이들이 교육받을 곳이 없어 애를 태웠는데 경기도 안산에 '외국인 어린이 학교'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대구외국인노동상담소에 학교 개설을 부탁한 것.
상담소 김동현 목사는 "대구에는 화교와 미국인 어린이를 위한 '외국인 어린이' 학교가 3곳 있지만 동남아 및 중동지역 출신 근로자의 자녀를 위한 교육기관은 없다"며 "조만간 교사자격증을 가진 보육 교사를 초빙, 미취학 아동을 위한 어린이집을 운영할 계획도 갖고 있다"고 했다.
이날 처음 교육의 기회를 접한 알리 형제는 "빨리 한글을 익혀 한국 친구도 많이 사귈 것"이라며 커다란 눈을 동그랗게 뜨며 'V'자를 그렸다.
문의 053)256-0696.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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