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상황버섯 찾아헤매는 심마니 김천원씨

"심마니 일을 그만두고 싶어도 이젠 그만둘 수 없습니다.

각종 병으로 고생하시는 홀몸노인들께 나눠드렸던 작은 일이 생활이 돼 버려서 저도 모르게 산을 오르게 됩니다".

영양군 청기면 정족리 김천원(45)씨는 5년전만해도 만성 위장병과 대장암으로 생업이었던 산불감시원조차 감당하기 힘들었다.

몇차례 수술에도 병은 호전되지 않았고 김씨는 삶의 희망을 잃어갔다.

그러던 김씨가 병석에서 일어서게 된 것은 우연히 자연산 상황버섯을 접하면서부터. 서울에서 내려온 이웃 친구와 함께 3명이 심산유곡을 헤매며 상황버섯을 채취해 6개월을 복용한 뒤 완전히 건강을 되찾았다.

이후 김씨는 상황버섯을 찾아 눈덮인 겨울 산을 매일 올랐고, 일월산과 태백산에서 거둔 20여kg의 상황버섯을 가난 때문에 제대로 약 한번 써보지 못한 이들에게 나눠주었다.

지난해 무료로 나눠준 버섯 10여kg을 돈으로 따지면 1억원에 가깝다.

"이제 홀몸노인들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 내 일이 됐습니다.

이웃 노인들이 상황버섯 달인 물을 먹은 후 건강을 되찾는 모습을 볼 때면 산을 오르는 고달픔을 잊게 됩니다".

김씨는 최근 가짜 상황버섯이 판을 치는 바람에 오히려 진짜 상황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피해를 입는 모습을 볼 때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김씨는 자신이 어렵게 채취한 버섯을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으면서도 경제적 어려움으로 약 한번 제대로 못쓴 영세민들에게 영세민임을 증명하는 서류를 보여주면 1인당 200g씩 무료로 나눠주기도 했다.

김씨는 "이제 나는 상황버섯을 채취하는 심마니이기보다 병으로 고생하는 환자와 가족들에게 희망을 주는 참다운 산꾼으로 살고 싶다"고 했다.

문의 054)683-5430.

영양.김경돈기자 kd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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