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자의 편지-아파트 경비원의 비애

"경비가 뭐해? 문에 온 천지 광고지를 붙여도 이것도 모르는 경비가 도대체 뭐 하는 거야?"

초소에 앉아있는 나에게 광고지를 뜯어들고 다가온 주민이 대뜸 내뱉는 소리다.

사실 그렇다.

경비가 있으면서 광고를 붙이는 사람을 잡지 못한 것은 미안한 일이다.

그러나 소개소 식당 피자집 유통업 등 수많은 업소에서 하루에 5, 6회나 광고지를 붙이는데 당해낼 재주가 없는 실정인 경비원의 고충도 이해해 주었으면 한다.

업소에 항의 전화도 하고 또 쫓아내기도 수없이 했다.

'지키는 자 열이 도적 하나 못 잡는다'는 속담과도 같이 지능적으로 들어와서 붙이는 경우가 있는데 나잇살이나 먹은 내가 이렇게 야단을 맞으니 참으로 불안하기 짝이 없다.

이 풍진세월을 사느라고 내 삶에 먼지가 많이 쌓였다.

이마 위에 해마다 늘어나는 주름살처럼 두 뺨 위에 날마다 늘어나는 검버섯처럼 나의 인생에도 주름살이 많이 잡혔고 검버섯이 만발해졌다.

미켈란젤로는 이탈리아 피렌체에 있는 산 지오바니 세례당의 청동문(靑銅門)을 보고 "천국에 들어가는 문도 저렇게 아름다울 수 없을 것이다" 라고 감탄하였다.

늙어도 얼굴이 아름답게 그려져야 할 텐데…. 이렇게 불안한 마음으로 세상을 산데서야…. 가장 소중한 것은 돈도 아니고 감투도 아니다.

사람의 마음 속에 있는 평화, 바로 그것이다.

김현철(대구시 대명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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