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피부 섬유.
인조 피부를 향한 섬유산업의 새로운 도전은 '숨쉬는 섬유, 흡한속건사'로 대변된다.
#숨쉬지 않는 섬유는 가라
요즘 축구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세계적 축구스타, '베컴' 유니폼 구하기가 큰 인기다.
베컴을 비롯해 2002 한.일 월드컵을 누볐던 수많은 축구 스타들의 유니폼에 흡한속건사(洽汗速乾絲)라 불리는 낯선 섬유소재가 쓰였다는 사실을 아는 마니아는 얼마나 될까.
그라운드를 쉴 새 없이 달리는 축구선수들이 경기 도중 흘리는 땀은 일반인들의 수십배에 달한다.
흡한속건사로 만든 유니폼은 마치 숨을 쉬듯 일반 제품보다 수배 이상 빠르게 땀을 흡수하고는 다시 최단시간내에 수분을 증발시킨다.
흡한속건사는 이른바 웰빙 열풍을 타고 농구, 골프, 에어로빅 등의 스포츠웨어와 등산, 사이클링 등의 레저웨어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머리카락보다 훨씬 가느다란 특수 흡한속건사로 만든 실제 베컴 유니폼은 아르마니 패션까지 가미돼 한벌에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이른다.
흡한속건사의 용도는 의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국내 인라인 스케이트 시장 규모는 인구 500만명에 매출액 2천억원. 무섭게 성장하는 인라인 시장에서 고급 인라인 내피로 쓰이는 흡한속건사는 수십km를 달려도 전혀 땀이 차지 않게 해 인라이너들의 쾌적감을 극대화한다.
이처럼 신발, 모자, 장갑 등 비의류용에까지 점차 확산되고 있는 흡한속건사는 국내 의류용 섬유시장의 가장 강력한 캐시카우(주수입원)로 떠오른 지 오래고 최근엔 자외선차단, 항균 등의 멀티펑션(다기능)형 소재로 진화하고 있다.
#숨쉬는 섬유의 비밀
흡한속건사의 효시는 세계 1위 화섬업체 듀폰이 1988년 개발한 쿨맥스.
국내 양대 화섬업체인 효성(브랜드명 에어로쿨)과 코오롱(쿨론)이 듀폰의 아성에 도전장을 던진 것은 1999년 무렵이었지만 에어로쿨과 쿨론은 무려 70%에 이르렀던 쿨맥스 국내 시장점유율을 불과 2, 3년새 30% 이하로 떨어뜨렸다.
단일 공장으로는 구미공단 최대 규모(23만평)인 코오롱 구미 사업장 경우 흡한속건사 월평균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3배 이상 급증했다.
노환권 섬유연구소장은 "흡한속건사 '쿨론' 등 30% 내외였던 차별화 섬유 비중을 올해는 50% 가까이 늘릴 예정"이라고 했다.
효성 구미사업장에는 최근 '8대 2룰'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구미공장 수익의 80%를 생산량 20%에 불과한 차별화원사가 책임지고 있다는 뜻이다.
김길수 효성 폴리에스테르 기술팀장은 "흡한속건사 '에어로쿨' 생산량이 올해 들어 100% 이상 신장되고 있다"며 "효성 역시 차별화 비율을 50%까지 높일 방침"이라고 했다.
구미 사업장에서 직접 만난 현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흡한속건사의 기능을 결정하는 핵심 단계는 칩모양의 고체에서 가느다란 실을 뽑아내는 방사공정. 일반인들이 '실'이라고만 알고 있는 각종 원사들은 사실 수십에서 수백개의 가느다란 실(필라멘트)들로 이루어진 것이다.
평평한 단면 구조의 필라멘트를 특수 방사기술에 의한 홈통 구조로 변화시킨 흡한속건사는 단면과 단면 사이 공간이 일반 섬유보다 20~30% 이상 향상돼 그만큼 수분을 더 빨리 흡수하고 증발시킬 수 있다.
#이제는 멀티펑션이다
구미 새한기술연구소에서 만난 조덕재 팀장은 "웰빙 물결을 타고 스포츠, 레저 의류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흡한속건사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최근 개발중인 신제품들의 화두는 멀티펑션(다기능)"이라고 했다.
새한 경우 기존 제품과의 차별화를 위해 지난해 10월 국내 최초로 자외선 차단용 흡한속건사 '파인 쿨'을 개발해 신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는 것. 항균, 자외선차단, 적외선 방출 등의 기능성을 부여한 멀티펑션형 흡한속건 소재는 이라크 파병 미국 군인들의 양말로 공급될 정도로 차별화 기술을 인정받고 있다
효성 경우 지난해부터 항균 기능을 추가한 흡한속건사 '에어로실버'를 개발해 시판에 들어갔고 코오롱 또한 올 초 자외선 차단용 흡한속건사 개발에 성공해 상용화를 서두르고 있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알림= '신화를 창조한다-섬유, 첨단현장을 찾아서'에 대한 섬유인, 지역시민, 섬유학계의 의견을 기다립니다. 인터넷 매일신문(www.imaeil.com)에 떠있는 '신화를 창조한다. 첨단 섬유의 현장을 찾아서'
아이콘에서 기업인, 시민여러분의 섬유산업 발전에 대한 의견을 개진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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