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는 지금-"심판의 날 올 것이다"

"예수 탄생 1천년을 앞둔 999년 유럽 대륙은 혼란과 공포의 도가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최근 유럽을 여행하고 돌아온 송나라의 여행 전문가 왕안지는 유럽사회 저변에 흐르는 기대와 공포 심리를 생생하게 전했다.

"유럽인들은 천년왕국이 도래할 것이라는 전통적 예언에 희망을 걸기도 하지만, 그보다 그동안 묶여 있던 사탄들이 풀려난다는(요한계시록) 구절에 따라 공포에 압도당하고 있습니다". 왕씨는 "유럽 내에서도 특히 프랑스 교회들이 종말론 전파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최근에는 로렌과 투링기아 지방 주민들이 종말이 닥칠 것에 대비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는가 하면, 디종 지방의 퐁텐느 영주 가문에서는 다섯 아들이 모두 수도원으로 들어가 버려 가계가 단절되기도 했다"고 현지의 공포 분위기를 전했다.

왕씨는 또 일부 지방에서는 가뭄이 조금만 길게 이어지거나 폭풍우, 흉작, 천둥번개 등 예년에 흔히 볼 수 있었던 현상도 곧바로 종말론과 연결시키려는 분위기가 많다며, 날이 갈수록 민심이 흉흉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런가 하면 최근 인터뷰에 응한 플뢰리 수도원장 아보는 "성모 수태고지(천사 가브리엘이 성령에 의한 임신을 마리아에게 알려 준 일) 축일이 금요일과 겹치는 날이 바로 말세 일"이라고 예언했고, 수도승 글라버는 예수가 죽은 지 정확히 1천년이 되는 1033년에 밀레니엄이 열릴 것이라고 예언하는 등 종교인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갖가지 예언을 내놓아 유럽인들의 기대와 공포를 고조시키고 있다.

한편 최근 유럽에 대성당 건축 붐이 일고 있는 것도 이런 말세에 대한 공포와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밀레니엄 소동과 관련, 한 성직자는 "1000년 1월 1일이 돼도 아무런 일이 없을 텐데 사람들이 괜히 들떠 있는 것 같다"며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져 우왕좌왕할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 충실하게 생활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종교인의 한 마디가 사람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종교인들이 말을 아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