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에서만 있을 법한 이런 부자간 모습은 인간세계에도 때로 투영돼 나타난다.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가 오이디푸스 신화의 아버지와 아들의 적대적인 관계에서 따온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전 세계 많은 아버지와 아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을 정도. 지금으로부터 27년 전 조지 루카스에 의해 탄생한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에도 이 둘의 관계는 그리 다정스럽지 못하다.
선과 악이라는 평행선상에 위치한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는 운명이라고 치부하기엔 가혹하기만 하다.
영화가 공개되고 사람들이 울퉁불퉁한 스토리텔링에 뻣뻣한 편집, 요령부득한 대사로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이 은하 영웅 전설에 정신 없이 빠진 이유가 뭘까. 바로 아버지와 아들의 어쩔 수 없는 적대적 관계에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닐까.
최고의 제다이에서 악의 화신으로 변한 다스 베이더(아나킨 스카이워커)는 전 은하계를 어둠의 세력으로 만들려는 야심을 가진다.
자신의 앞길에 방해가 되는 것은 자신의 아들이라도 가차없이 제거해야 할 대상일 뿐. 그리고 그의 아들 루크 스카이워커는 다스 베이더가 아버지라는 사실을 모른 채 악의 화신 제거를 위해 광선검을 뽑아든다.
여기까지는 완벽하게도 고대 그리스신화의 전형적인 틀에 부합한다.
권력 유지를 위해 신탁에 따라 자식을 버리는 신과 아버지라는 사실을 모른 채 신탁대로 그의 권력을 빼앗는 신의 아들.
'수컷'들의 투쟁 본능은 피를 나눈 부자 관계에서도 어쩔 수 없는 것일까. 할리우드 SF영화의 대명사로 불리는 조지 루카스는 인간이 신과 다른 점을 이 영화에서 분명히 보여준다.
"아버지는 왜 저럴 수밖에 없었을까". 이 물음의 해답을 위해 루카스는 영화 사상 최초로 전작의 제목들을 바꾸는 번거로움을 무릅쓰면서까지 에피소드 편을 새롭게 추가, 시리즈를 먼 과거로 돌려보내며 아버지에 대한 이해를 구한다.
결국 다스 베이더가 아들에게 "I'm your father"라고 내뱉는 이 기막힌 한마디의 대사로 신이 가질 수 없는 인간의 위대한 사랑을 보여준다.
한국영화였다면 '내가 니 애비다'로 관객들의 박장대소를 일으킬 법한 이 대사가 어떻게 그를 영화 속에서 최고로 기억에 남는 아버지의 반열에 올려놓았을까. 아들에 대한 사랑과 자신의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다스 베이더의 모습은 이 시대 모든 아버지들의 모습과 닮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들을 위해 목숨까지 버렸으니. 항상 뒤돌아선 곳, 안 보이는 곳에서 눈물을 훔치시던 아버지, 자식이 밤늦게 들어올 때 어머니는 열 번 걱정하는 말을 했지만, 열 번 현관을 쳐다보셨던 아버지, 내색하지 못해서 더 외로웠던 그런 아버지들의 모습….
며칠 전은 어버이날이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멀리 떠나신 뒤에서야 보고 싶고, 그 분의 말씀은 불가능한 곳에서 더욱 생생하게 되살아나서 더욱 아쉽기만 한 요즈음이다.
오늘밤 아버지에게 고백하자. "I'm your son".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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