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론 독과점 차단""재산권 침해"팽팽

17대 총선이 끝나자 사회 곳곳에서 개혁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특히 언론개혁 분야는 오래전부터 불거져왔던 것이 이번에 급속도로 진행돼 입법에까지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언론 관련 진로를 생각하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일반 학생들도 언론 문제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고 향후 언론계가 어떤 변화를 맞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생각 모으기

우리나라 언론은 정치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군사독재 시절 냉엄한 분위기하에서는 물론이고 민주화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정치권과 때로는 협조적으로 때로는 긴장관계를 유지하면서 발전해왔다.

그러나 민주화와 산업화 과정에서 언론시장은 왜곡되고 일부 언론은 특정 정치집단과 결탁하거나 불필요할 정도의 첨예한 대립을 보이는 일그러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언론개혁 문제가 정치권에서 먼저 제기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입법을 통해 개혁이 추진돼야 한다는 사실은 우리 언론이 그만큼 비대화.독과점화했고 여론 형성 혹은 왜곡의 힘이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신문 독과점에 대한 규제가 거의 먹혀들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무차별적인 시장 점유율 경쟁을 아무 거리낌없이 하고 있는 현실은 이를 방증한다.

이번 기회에 언론개혁을 국민적 의제로 승화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언론이 처한 신뢰의 위기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이다.

이제는 언론보도를 곧이곧대로 믿으려 하지 않는 사람들, 이면에 또다른 진실이 있을 것이라 여기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언론이 사회적 공기라는 공공성을 되살리기 위해 개혀근 필수불가결한 일이라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쟁점

언론개혁의 과제로는 일반적으로 언론시장의 독과점 방지, 언론사 소유 지분 제한, 편집권 독립을 위한 편집권 행사 방식의 민주화, 독자의 권리 보장 등이 제기된다.

이 가운데 논란이 가장 뜨거운 부분은 소유 지분 제한 문제다.

개혁 입장에서는 가장 시급한 과제로 보고 있는 반면 핵심 당사자로 꼽히는 조선.중앙.동아 등 메이저 신문사들은 위헌 여지까지 내세우며 반대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김재홍 개혁과제준비기획단 공동위원장은 "시장에서 15% 이상 점유하는 신문사의 경우 특정인과 특수관계인이 지분을 15~20% 이상 못 갖게 해야 한다"고 했다.

언론사주나 이해관계인이 신문사를 사실상 사유화, 편집권을 침해하고 여론을 왜곡할 소지를 없애려면 지분 제한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에 해당 신문사들은 선진국의 경우 한 신문사가 여러 매체를 소유함으로써 나타날 수 있는 독과점의 폐해를 막기 위해 일부 규제하는 사례는 있지만 신문이라는 단일 매체에 대한 시장 규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재산권 침해라는 위헌 소지가 있다는 주장도 빼놓지 않는다.

편집권 독립 문제 역시 같은 선상에서 논란이 뜨겁다.

신문의 편집제작 담당자들이 사주의 입김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편집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개혁론자들의 주장. 반대 입장에서는 헌법에 보장된 언론 자유는 기본적으로 신문 기업의 자유라며 언론사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논리를 편다.

독과점으로 인한 독자의 선택권 문제도 개혁 논의에서 빠지지 않는 부분이다.

신문시장이 거대 신문 위주로 짜여 있어 지방의 경우 보고 싶은 신문을 볼 수 없는 게 현실이므로 언론사들이 공동으로 배달할 수 있도록 배달 서비스 회사에 공공자금을 지원해야 한다는 게 개혁의 논리다.

◇전망

17대 총선에서 과반 정당으로 떠오른 열린우리당이 언론 개혁안을 꺼내든데다 제3당인 민주노동당은 더욱 적극적인 입장이어서 개원과 함께 정치권의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은 이미 개원 직후 정기간행물등록법 등 언론개혁 관련 법제도 정비를 전담할 국회 언론발전특별위원회 설치를 추진키로 했다.

시민단체와 학계 등도 언론개혁국민협의회를 구성, 올해 안에 언론개혁을 끝낸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한나라당의 경우 방송 개혁에 관심을 두고 있다.

방송의 불공정 보도와 편파 보도 등을 문제삼아 시청료 분리 징수, 예결산 국회 동의 등을 골자로 하는 방송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계획. 개혁을 주장하는 측과의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역시 언론개혁에 적극 대응하는 모습이다.

문화관광부는 정기간행물등록 등에 관한 법률을 미디어종합진흥법 체계로 개편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인터넷 신문 등 뉴미디어에 언론 지위를 부여하고 미디어산업에 대한 지원 근거를 마련하는 등 문화미디어의 발전과 산업적 육성을 뒷받침하는 법 체계를 정립하겠다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도 다음달 5일까지 전국 신문시장을 대상으로 한도를 넘긴 무가지와 경품 제공 등 신문고시 위반 행위에 대한 직권조사에 들어가기로 했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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