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계의 살아있는 전설 '무하마드 알리'는 군입대를 거부했다.
그의 항변은 이랬다.
"흑인을 사람 취급도 하지 않는데, 내가 왜 군복을 입고 머나먼 베트남에 가서 베트콩을 공격해야 하는가? 나는 베트콩에게 적대감이 없다.
만일 베트남전 참전이 2천200만 내 동지들에게 자유와 존엄을 주는 길이라면 나는 내일이라도 입대할 것이다". 이처럼 그의 행위는 병역 자체에 대한 것이라기 보다 월남전 참전 거부와 인종차별에 대한 항의의 성격이 강했다.
▲22세에 헤비급 세계챔피언에 등극한 그는 이슬람교로 개종하고 '캐시어스 클레이'라는 원래 이름도 이슬람식으로 바꿨다.
그러나 병역기피자 알리에게는 선수자격과 세계 챔피언 벨트 박탈, 출국금지 등 상응한 징벌이 떨어졌다.
떠벌이로 유명했던 그였지만 묵묵히 징벌을 감당하면서 법정 다툼을 벌이는 사이 전성기가 날아갔다.
자신과 자신의 민족을 공격하지 않는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다는 종교적 신념을 지킨 만큼의 대가를 치른 것이다.
▲사담 후세인 집권 시절 이라크는 병역기피자에게 귀를 자르거나 얼굴에 문신을 새기는 형벌을 가했다.
1980년 이후 계속된 전쟁으로 군 복무기간이 늘어나고 복무환경이 열악해지면서 병역기피가 급증하자 후세인 정부는 특별포고령을 발령했다.
병역기피자는 적발되는 즉시 병원으로 끌고가 귀를 자르거나 얼굴에 병역기피자임을 나타내는 문신을 새기도록 한 것이다.
악질적이지만 병역 의무를 중시한 한 사례다.
▲병역의 의무가 당연한 것으로 알고 있는 한국에서 종교적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사람에 대해 한 법관이 그 동안의 판례를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병역 거부 행위가 오직 양심상의 결정에 따른 것으로 양심의 자유라는 헌법적 보호 대상이 충분한 경우에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양심은 착하다는 양심이 아닌 신념이거나 아니면 고집이다.
미국으로 돌아가긴 했지만 가수 유승준이 소집영장을 받았을 때 이렇게 말했다.
"하나님께서 이런 상황을 만든 것은 내가 군에 가서 해야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
▲비교적 진보적인 김대중 대통령은 2002년 10월 국무회의에서 일부 대학생들이 벌인 '병역거부권 쟁취'시위와 관련해서 "병역 기피는 우리 현실에서 어떤 이유로든 용납될 수 없고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고 말하고 "이른바 양심적 병역기피자들 주장대로 군대 대신 다른 방식의 봉사를 용납한다면 누가 군대에 가려고 하겠는가"라고 통박했다.
김 대통령은 "지금도 70만 젊은이가 군에서 생명을 걸고 훈련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재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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