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불황 그늘 생계형 좀도둑 설치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하루 벌어 하루 사는 과일행상 트럭부터 어린이 목에 걸린 목걸이까지 훔쳐가는 생계형 절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 17일 포항시 해도동 주택가에서 토마토와 참외 등 400만원 어치의 과일이 실려 있던 손모(45)씨의 화물트럭이 밤사이 감쪽같이 사라졌고 지난 8일에도 죽도동 주택가에 있던 이모(40)씨의 1t 과일트럭이 도난당했다. 이씨는 전날 농산물 도매시장에서 400만원 어치의 과일을 구입해 트럭에 실어두었다.

또 지난 19일 권모(29.여)씨가 남의 집에 들어가 금품을 훔치려다 집주인에게 발각돼 경찰에 붙잡혔다. 권씨는 카드빚 1천여만원 때문에 생활고에 시달리다 남의 집 담을 넘은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밝혀졌다. 지난 18일에는 어린이의 금 목걸이를 훔친 혐의로 주부 남모(37)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남씨는 포항시 상도동 모 공부방 앞에서 박모(7)양을 끌어안는 척하며 시가 14만원 상당의 금목걸이를 훔쳤다.

비교적 방범이 소홀한 건설 현장이나 소규모 식당도 잇따라 범행 목표가 되고 있다. 포항 북부경찰서는 지난 20일 건축공사현장에서 동파이프 등 건축자재를 훔친 뒤 고철수집상에 팔아 1천여만원 상당을 챙긴 혐의로 한모(43.포항시 해도1동)씨 등 4명을 붙잡았다. 지난 19일에는 포항시 장성동 최모(50)씨 식당에서 텔레비전과 에어컨, 커피자판기 등 식당에 설치해 둔 가전제품이 밤새 싹쓸이 당했다.

이처럼 생계형 절도가 빈발하자 각 가정에서는 문 단속을 철저히 하는 등 도둑막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경찰도 주택가 순찰을 강화하고 있지만 빈번하는 생계형 절도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경찰 관계자는 "전혀 의외의 장소에서 도난 사고가 발생해 황당할 때도 있다"며 "일자리가 없다보니 말 그대로 먹고살기 위해 도둑질을 하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고 했다.

포항.이상원기자 seagul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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