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회 칸 영화제가 지난 22일 저녁(현지시간) 뤼미에르 극장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파격적인 수상작 리스트를 발표하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번 영화제의 화두는 파격과 아시아 영화의 약진으로 모아졌다.
◇변화의 바람=전통적으로 거장의 예술영화를 선호해 가장 보수적인 영화제라고 비판을 받았던 칸 영화제가 올해는 '변화'를 선택했다.
쿠엔틴 타란티노가 심사위원장이 됐을 때부터 화려하고 시끄러운 축제가 될 것으로 예측했지만 파격의 정도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마이클 무어 감독의 '화씨 911'이 칸의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거머쥐게 됐으니. 미국 조지 부시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꼬집은 이 영화는 지나치게 정치적인 데다 다큐멘터리라는 약점까지 안고 있었기에 파격의 강도는 더했다.
영화 '화씨 911'은 아카데미 수상작 '볼링 포 콜럼바인'과 저서 '멍청한 백인들'을 통해 미국 보수세력과 부시 정권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보여왔던 무어 감독이 9.11 뉴욕테러의 배후인물로 지목받고 있는 오사마 빈 라덴 가문과 부시 대통령 일가의 뿌리깊은 유착관계를 폭로한 기록영화.
◇아시아 약진=올해 칸 영화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아시아 영화의 강세다.
주요 부문 수상작 중 '화씨 911'과 토니 가틀리프 감독의 '에그자일즈'(감독상)와 코언 형제의 '레이디 킬러'(심사위원상)를 제외하고는 아시아 영화가 수상작 리스트를 독식했다.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를 시작으로 사상 처음 칸 영화제에 등장한 태국 영화 '트로피칼 말래디'(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가 심사위원상을, 일본 영화 '아무도 모른다'에서 열연한 10대 소년 유우야 야기라가 남우주연상을, 프랑스 영화 '클린'에 출연한 홍콩 배우 장만위(장만옥)가 여우주연상을 받는 영예를 누렸다.
수상작이 많은 지역에서 영화제를 개최한다면 아마도 내년부터는 칸 영화제가 아시아에서 열리지 않을까.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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