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1
작년 한 해 수도권에서 주인으로부터 버림받은 개가 6천300여마리, 전국적으로는 수만 마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처음에는 호감을 갖고 키우다 싫증이 나거나 병이 들었다는 이유로 소중한 생명체를 아무런 양심의 가책없이 버리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버림을 받은 이들 동물들은 길거리와 야산을 떠돌며 배고픔과 질병에 시달리고, 보호시설에 들어가더라도 70% 이상은 끝내 주인이 나타나지 않아 안락사되는 실정이다.
철학자인 마크 롤랜즈는 "애완동물을 입양하는 행위는 그 동물의 욕구를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약속"이라며 야생상태에서 누리는 수준 이상의 삶을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이 인간의 기본적인 의무라고 규정한다.
장면2
전 세계를 두려움에 떨게 한 광우병과 조류독감 파동. 일부에서는 동물을 '상품'으로 취급한 결과 일어난 당연한 현상이라고 꼬집고 있다.
자연스러운 배려나 도덕적인 사고보다는 이윤만을 극대화 할 목적으로 인간들은 동물을 강압적으로 취급한다.
닭과 소는 컨베이어벨트에 주렁주렁 몸이 매달리고, 돼지는 좁은 우리 속에서 온몸이 상처로 뒤덮인 채 살아간다.
이에 대해 롤랜즈는 "동물도 감정이 있고 통증이나 불쾌한 감정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인간과 생물학적 연속선상에 있는 존재"라며 "결코 그들의 권익을 무시해서는 안된다"고 밝히고 있다.
*부당한 차별은 없어야
'동물의 역습'은 인간이 동물을 대하는 방식과 동물의 권리를 도덕철학의 관점에서 살피고 있다.
저자는 존 롤즈의 '정의론'에 나오는 '평등의 원칙'과 '차등의 원칙'을 원용해 인간과 동물의 차이는 인정하지만 부당한 차별은 없어야 한다고 설파한다.
자신이 우연히 속하게 된 인간 집단의 권리와 견해만 옹호하는 것은 정의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롤랜즈는 "평등원칙, 즉 동등한 존중과 배려로 동물을 대하는 것은 자연과 인간의 공생(共生)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한다.
이어 저자는 인간이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할 목적으로 동물을 부당하고 강압적으로 취급하는 사례들을 '동물의 처지'와 '인간의 처지'에서 검토한다.
"꼭대기에서 한 일꾼이 당신의 머리에 전기충격기를 대어 당신을 기절시킨다.
밑으로 떨어지면 다른 사람이 당신을 잡아 쇠족쇄에 뒷다리를 끼운다.
그러면 컨베이어벨트가 움직이면서 거꾸로 매달리게 된다". 도살장의 살풍경을 보여 주면서 저자는 "음식으로 쓰이기 위해 사육되고 도살되는 제도를 선택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한다.
경제적 고려 자체가 도덕적 규율이나 제도에 정당성을 제공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논리다.
*자연-인간 共生 모색을
동물들을 제한된 공간에 가두거나 생체실험의 대상으로 삼는 것도 정당성이 없다는 것이 롤랜즈의 견해다.
동물원이나 실험실은 유희, 교육, 연구, 군사 등 인간의 절실하지도 않은 관심을 위해 자율성이라는 동물의 절실한 관심을 짓밟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또 동물사육, 사냥, 동물권리운동, 채식주의 등 다양한 주제를 통해 저자는 인간과 동물의 바람직한 관계를 탐색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 롤랜즈가 내린 결론은 영어판 책의 제목 '우리와 같은 동물들(Animals Like Us)'처럼 인간과 같이 동물에게도 도덕적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동물을 사람처럼 대할 필요는 없다.
다만 그들에게 정당한 권리를 되돌려줘야 한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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