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의 제왕' '해리포터' '트로이' '아홉살 인생' '내 사랑 싸가지'…. 그리스의 작가 호머의 작품에서부터 신세대 사이에 인기가 높은 인터넷 소설에 이르기까지 문학작품을 영화화하는 추세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영화로 전화(轉化)된 문학작품은, 때로는 문학 그 자체로 머물러 있을 때보다 훨씬 더 감동적인 예술이 되기도 하고, 영화화를 통해서 걸작이 된 경우도 허다하다.
반면 오히려 영화가 문학작품을 훼손.왜곡했다는 비판도 만만찮은 실정이다.
최근 계간 '문학수첩' 2004년 여름호가 '문학작품의 영상화, 그 세계적 추세'란 특집을 통해 이 문제를 심층적으로 다뤘다.
▲잃는 것=우미성 건국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는 영상화된 문학작품을 보고 인문학자들이 우려하는 점 세가지를 꼽았다.
우선 문학작품이 내포하고 있는 다양한 주제와 심오한 화두들이 두 시간의 예술인 영화에서는 로맨스에 묻히거나 오락으로 전락해버린 경우가 많고, 시각적 이미지가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며 우리의 자발적인 상상력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또 글 읽기보다는 영상보기를 더 선호하는, '귀차니즘'에 빠진 영상세대들이 시각적 볼거리에 치중한 감각적인 이야기들을 선호하며 사고를 요구하는 책을 멀리하는 것을 걱정한다고 밝혔다.
김기태 세명대 미디어창작과 교수는 "등장인물의 내면세계와 심리적 갈등, 독백 등은 문학작품 속에서 작가의 상상력에 따라 자유롭게 묘사될 수 있으나 영상에서는 그것들을 일일이 표현하기 어렵다"며 "따라서 추상적인 관념들은 영상 속에서 누락되고, 등장인물들의 대사나 연기로 표현될 수 있는 요소들만 선별된다"고 지적했다.
▲얻는 것=독자의 상상의 지평과 문화적 소양을 넓혀준다는 것이 문학작품의 영상화에 대한 긍정적 견해의 요지다.
우 교수는 "인문학의 근본적인 관심사인 인간과 세상을 바라보는 사유의 틀을 한 편의 영화에서 읽어낼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 예로 우 교수는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들었다.
프랑코 제피렐리 감독의 1960년대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은 60년대 청년문화와 반문화운동이란 시대정신을 구현한 반면 바즈 루어만이 감독한 90년대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은 젊음의 무모함과 덧없음을 잘 드러냈다는 것이다.
우 교수는 "즉 각각의 영화는 한 문학작품에 대한 시대정신의 반영"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올리버 파커가 감독한 영화 '오델로'를 분석한 이형식 건국대 교수는 "시각적 언어를 통한 원작의 재해석으로 원작의 정신을 영화적으로 풀어낼 뿐 아니라 영화 관객에게 보는 즐거움을 제공함으로써 대중적 인기몰이에도 성공하고 있다"고 평했다.
▲문학과 영화의 바람직한 접점은=김 교수는 "문학도 모든 매체와 화해를 시도하고, 상생을 향해 제휴해야 한다"며 "각각의 매체가 지니고 있는 고유한 특성을 조화시킨다면 문학의 영상화를 통한 부가가치 창출과 문학의 저변 확대라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 교수는 "문학은 그 정신을 논하고 가르치는 학문이기에 조금은 짧고, 가볍고, 감각적일지라도 영상으로 이야기하는 방법도 포용할 줄 알아야 한다"며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것은 영화가 문학의 우위를 점하는 인문학의 위기가 아니라 두 장르가 조화롭게 만나 서로의 영역을 확장하며 정체성과 본질을 시험하는 역동적인 변화의 물결"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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