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전 한 주간지에 희한한 사건이 보도됐다. 고교생이 영화 속에서처럼 신음소리를 내지 않는다고 여자친구를 폭행한 사건이었다. '애를 썼는데도' 포르노처럼 절정의 고함이 없는데 격분해 폭행한 것이다. "포르노를 너무 본 탓"이라는 담당 경찰의 멘트까지 달아놓았다.
포르노냐 아니냐의 차이는 뭘까.
'삽입된 상태의 클로즈업'이다. '감각의 제국'이나 '칼리큘라' 처럼 극도의 성애를 그리기 위해 성기의 삽입이 표현되기도 한다. 그러나 극의 진행과 관계없이 관객의 성감 자극을 위한 클로즈업이 잦으면 포르노가 된다.
섹스 장면은 연기 중 가장 힘든 영역에 속한다. 감독에 촬영팀, 조명팀 등 사람들이 빼곡이 들어선 가운데, 둘 만의 은밀함을 표현해야 하니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하기 어렵다.
특히 섹스 장면이 극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에로배우들에게는 고역이다. 무릎이 까지고, 입술이 터지고, 가슴이 쓰라리는, 그것도 '직업병'이라고 말도 못하는 고통을 견뎌야 한다.
거기에 성기를 가리는 통상 '공사'라는 작업도 힘든 일이다.
배우들이 이불 속에서 신음소리를 내다, "컷!"이라는 소리만 나면 짜증스런 불평을 내 뱉는 촬영장면을 보고 나면 영화 속 섹스의 환상이 깨진다. "야! 거기서 히프의 뽀다구가 안 나오도록 해야지!", "침은 왜 그리 질질 흘려!", "목을 뒤로 젖혀야지 뭐 볼게 있다고", "감독님! 가슴 만지지 말라고 해요"... .
결론적으로 배우들의 끈적이는 숨소리와 몸의 뒤틀림은 완전히 꾸며서 내는 것이다. '원초적 본능'의 샤론 스톤과 마이클 더글러스는 촬영장에서는 상극이었다. 그럼에도 마이클 더글러스와 샤론 스톤이 벌이는 섹스신은 관객의 애간장을 녹였다. 연기와 현실의 차이를 눈치 채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배우의 재능이다.
그래서 관객들은 끈적이는 성애장면을 보면서 배우들이 꾸며내는 것이 아닐 지도 모른다는 환상을 갖게 된다.
간혹 실제 섹스를 했다는 소문에 휩싸이기도 한다. 그러나 배우들은 함구한다. 연기는 실제같이 하는 것이지, 실제가 되어서는 안되기 때문. 실제는 포르노배우나 하는 일이라는 나름대로 인식이 바탕이 된 것이다.
실제로 정사를 벌였다는 소문이 난 영화 중에 미키 루크의 영화가 두 개나 된다. 미키 루크는 거짓으로 정사 장면을 연출하는 것을 몹시 혐오하는 사람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리사 보넷과 공연한 '엔젤 하트'와 자신의 여자 친구인 카레 오티스와 찍은 '와일드 오키드'는 그런 그의 집착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당시만 해도 미키 루크는 스타로 할리우드에서 존경받는 인물이었다. 그가 하고자 해서 안될 것도 없었던 때였다.
킴 베이싱어와 알렉 볼드윈도 '겟어웨이'에서 실제 정사를 했다고 소문이 나 있다. 이미 부부였던 그들에게 정사장면은 꺼릴 것 없는 하나의 '행사'였을 수도 있다. 국내에서는 몇 초 잘려나갔지만 킴 베이싱어는 헤어누드가 보이는 전라로 남편과 침대에서 격정적인 섹스를 나눈다.
제인 마치와 토니 륭의 '연인'도 실제 섹스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인'은 '임마뉴엘'처럼 소프트 포르노의 공식을 따르는 영화다. 성에 눈을 뜬 프랑스 소녀가 이국에서 벌이는 외설적인 성체험담으로 노골적인 제인 마치의 연기가 눈길을 끌었다.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에서 제시카 랭과 잭 니콜슨이 부엌 테이블 위에서 벌이는 정사장면은 엄청난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이 장면이 연기가 아니고 실제 상황이라는 소문에 힘입어 흥행에도 크게 성공했다.
뉴욕의 '데일리 뉴스'는 잭 니콜슨이 삭제되지 않은 원판 필름을 친한 친구들에게 돌렸는데 그 속에 실제 정사하는 장면이 있다고 보도했었다.
에로킹(에로영화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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