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아의 벌레먹은 장미'(1982년)는 삼각관계의 남녀가 펼치는 고감도 에로틱 스릴러다.
한 지붕 아래 과년한 두 여자와 한 남자가 있다. 호스테스 진아(정윤희)와 옛 애인 석호(이영하). 그리고 몸이 뜨거운 '악녀' 혜란(최수희). 혜란은 낮에 출근하고, 진아는 밤에 출근한다. 그리고 석호는 낮과 밤, 집 안을 지킨다.
이 야릇한 삼각관계의 시간차 속에서 진아와 석호는 쉼 없이 서로의 몸을 탐한다. 그러나 옆방의 혜란은 죽을 지경. 방음시설이 낙후된 이 가옥의 최대 피해자(?)다. 젊은 둘이 뿜어대는 소리는 그녀의 몸을 달아오르게 한다. 급기야 그녀는 벽에 구멍을 뚫어 그들을 훔쳐본다. 그리고 자신의 몸을 더듬으며 위안을 갖는다.
그러나 그것으로 만족할 수 없었던 혜란은 진아가 집을 비운 사이 노란 팬티 차림으로 거실을 휘저으며 석호를 유혹한다. 석호도 한두 번 고민한다. 넘어가지 않을 남자 있을까.
석호는 '종마'처럼 낮과 밤의 화려한 육체의 향연을 즐긴다.
그러나 종말은 참혹한 것. 진아는 석호의 '물건'을 잘라 버린다. 써야 할 곳에 쓰지 않는 '용도변경'에 따른 응징일까. 이 영화는 나중에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감각의 제국'을 보기 전까지 오랫동안 '남성'이 잘려 나가는 두려움에 치를 떨게 했다.
'진아의 벌레먹은 장미'는 에로틱 스릴러의 고전적 코드가 다 들어가 있는 영화다.
가장 압권이 '훔쳐보기'. 틴토 브라스 등 에로틱영화의 거장이 즐겨 쓰는 부아여리즘(훔쳐보기)이 감도 높게 그려졌다. 또 하나는 '팜므 파탈'(악녀 영화). 혜란은 당시 생소한 악녀적인 이미지를 업그레이드시키면서 스릴러의 감도를 에로틱으로 질펀하게 만들었다.
당시 장미희, 정윤희, 유지인 등 여배우 트로이카가 펼치는 속칭 호스테스영화는 젊은 날의 에로틱에 중요한 한켠을 차지하고 있다.
동네 극장을 넘어 80년대 들면 음악감상실이 또 하나의 에로틱 공간으로 자리 잡는다.
당시는 비디오가 귀했던 시절. VTR을 갖춘 집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국내 미개봉 야한 영화들을 몰래 몰래 틀어주던 음악감상실은 에로틱의 목마름을 적셔준 샘터같은 곳이었다.
81년은 통금이 있던 시절. 그래서 음악감상실은 밤 12시부터 새벽 4시 전까지 셔터를 내렸다. 옹기종기 모여 좁은 의자에 다리가 저려오는 고통 속에서도 밤새워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면서 올나이트를 즐겼다.
이때 본 영화 중 '희대의 걸작'이 '네 무덤에 침을 뱉어라'(I Spit On Your Grave. 1979년)라는 영화다.
한적한 미국 시골이 배경. 여름휴가를 온 미모의 여류작가 제니는 강가의 외딴 집을 얻어 수영을 즐기면서 글을 구상한다. 이때 동네 사내 4명이 제니를 무참하게 윤간한다. 죽다 살아난 그녀는 정신을 차려 이들을 유인해 하나 둘씩 처참한 보복을 해나간다.
윤간을 당하는 장면에선 언뜻 헤어누드까지 보인다. 이 당시 동영상에서 헤어누드를 본 것은 처음이었을 것이다. 그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손바닥만한 비키니차림과 발가벗은 채 숲 속을 걷는 금발의 여주인공은 음악감상실의 밤 분위기를 더욱 짜릿하게 만들었다.
최근 출시된 DVD 무삭제판을 보고 있자니, 잠시 20년 전 그날이 떠올려져 묘한 웃음이 번진다. 가장 못된 사내를 욕조로 유인해 '물건'을 잘라버리는 장면은 지금 봐도 섬뜩하다. 이 장면은 박철수 감독의 '어미'에서도 쓰였다.
에로킹(에로영화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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