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에 대한 사랑과 진리에 대한 믿음은 둘이 아니라 하나다'.
2일 세상을 떠난 역사학자 이기백(李基白)씨가 자신의 사후 무덤앞 돌에 새겨달라고 평소 가족들에게 부탁했다는 문구다.
해방 이후 한국역사학, 특히 고대사학을 대표하는 인물이었던 이씨는 민족과 진리라는 두 개념으로 수렴되는 역사학 정립에 평생을 바쳤다.
평북 정주 출신으로 오산중학교, 일본 와세다대 사학과, 서울대 문리대 사학과를 졸업했다.
이화여대 교수를 거쳐 1963~85년 서강대 사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서강사학'의 전성시대를 열었다.
한국실증사학을 대표했던 이씨는 '한국사신론'을 1967년 일조각에서 출판하면서 한국사학계에서 확고한 위치를 확보했다.
이 책은 영어와 일본어, 러시아어를 비롯한 여러 외국어판으로 번역돼 한국사를 국제사회에 소개하는 대표적인 책으로 자리를 잡았다.
현재까지 판을 거듭하면서 100만부 가량이 팔린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또 '신라정치사회사연구' '신라사상사' '한국사학의 방향' '신라시대의 국가불교와 유교' 등 신라사에도 일가를 이뤘다.
사료에 대한 비판과 검증 과정은 고인에게 역사의 '진리'를 캐는 작업이었다.
그는 이 고된 과정을 통해 사실(史實)을 밝혀낼 수 있다고 믿었고, 여기에 역사학자의 사관이 가미되면 그것이 곧 역사의 진리라는 믿음을 안고 살았다.
'이기백 역사학'의 또 다른 코드인 민족과 관련해서는, 식민치하에서 자란 세대가 대개 그렇듯, 그가 구축한 한국사 또한 강렬한 민족의식을 드러냈다.
일제의 식민사관을 극복하는 데 앞장섰고 한국사의 대중화에 힘을 쏟은 한국역사학의 거봉이라는 게 고인에 대한 학계의 평가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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