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첫 민자 풍력발전시대 '활짝'

일출맞이로 널리 알려진 영덕 창포해맞이 공원 일대의 바람은 유명하다.

겨울철에는 혼자 서 있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세차다.

그래서 창포리 주민들은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그 바람을 적잖이 원망해 왔다.

그런 그 바람이 돈이 된다.

영덕풍력발전(주)이 창포 바람을 이용해 전기생산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영덕풍력발전〈주〉(대표 김길원)은 오는 18일 오후 2시 이의근 경북도지사 등 기관단체장과 지역 주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기공식을 갖는다.

총 투자비는 670억원. 일본에서 60억원, 덴마크 기업 7억5천만원 등 외자도 투입된다.

◇연간 100여억원 어치 생산

사업부지 1만여평에 설치되는 높이 80m의 풍력발전기는 총 24기다.

현재 국내에서 가동 중인 강원도 대관령과 포항 등 5곳은 모두 국가 시범사업인데 반해 영덕은 민간투자 사업이다.

향후 에너지업계의 풍향을 가늠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영덕풍력발전(주)은 올해안으로 공사를 완료, 내년부터 상업운전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영덕풍력발전(주)의 연간 예상 전력생산량은 9만6천680㎿h. 금액으로는 100여억원 어치에 달한다.

이 매출액은 영덕군내 1만9천300가구의 연중 소비량과 맞먹는다.

적어도 영덕군내에서는 내년부터 지역에서 자체 생산된 전기만으로 자력 공급이 가능케 된 것이다.

◇생산 전력 모두 한전으로 공급

원전과 수력 발전 건설에는 주민 반대를 포함한 민원 등 풀어야 할 문제가 너무 많다.

그러나 풍력발전은 원전 등에 비해 불안감, 환경 훼손이 적은 데다 청정에너지라는 인식이 강해 민원이 상대적으로 적다.

그런 탓에 풍력발전은 국가권장사업으로 분류, 세제 혜택 등 지원도 적잖다.

생산된 전기 또한 한전에서 모두 매입한다.

영덕풍력발전(주)도 자체 생산한 전기를 6여km 떨어져 있는 영덕변전소까지 송전만 하면 된다.

그 다음부터는 전기를 매입한 한전이 각 가정과 공장 등 필요한 곳에 적절히 배급하는 시스템인 것이다.

◇경제성은 있는가

풍력발전 원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바람이 갖고 있는 운동에너지를 기계에너지로 1차 변환한 뒤 다시 전기에너지로 바꾸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일정 속도의 바람만 불면 어느 곳에서나 발전이 가능하다.

실제 풍력발전의 40m 프로펠러는 초속 3m 이상의 바람만 불면 자동으로 돌아간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경제성이다.

투자에 적잖은 비용이 들어가는데 수익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경제성을 좌지우지하는 절대적인 조건은 당연히 바람이다.

이익을 창출하려는 민간기업이 영덕 창포에서 풍력발전 사업을 벌이는 것도 적절한 바람 빼곤 설명이 안된다.

김길원 영덕풍력발전 대표는 "지난 몇년에 걸친 계측 결과, 영덕 바람의 경제성은 충분히 입증된 상태"라고 했다.

2001년 9월 풍력발전 분야의 세계적 전문엔지니어링 업체인 독일 라메이어 인터내셔널(Lahmeyer International)의 타당성 조사에서도 창포리 일대 평균 풍속은 초속 7m로, 대단위 풍력발전단지 개발이 가능한 선을 훨씬 넘어서는 것으로 나온 바 있다.

또 창포리 일대는 연간 120여일간 바람이 부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 수치는 다른 지역의 100여일보다 더 조건이 좋다.

풍력발전이 생산한 전기단가가 수력 등 다른 에너지원보다 높다는 것도 큰 이익 중 하나다.

산업자원부 고시에 따르면 수력발전 전기는 1㎾h당 단가가 60여원 전후이지만 풍력발전은 107원66전으로, 풍력발전 전기가 2배 가까이 비싸다.

한전이 그만큼 풍력 전기를 비싸게 사들여야 한다는 뜻이다.

정책적 차원의 배려로 보면 된다.

따라서 이런저런 여건을 감안하면 풍력발전의 경제성은 충분하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창포가 왜 적지인가

해안가인 창포일대는 겨울에는 바다에서 육지로, 봄.여름.가을철에는 육지에서 바다로 바람이 분다.

겨울과 여름철에 각각 반대로 바람이 부는 것은 기온차. 겨울에는 바다 기온이, 여름에는 내륙 기온이 각각 더 높은데 공기가 따뜻한 곳에서 찬 곳으로 이동한다.

이때 바람을 수반하는 것. 해안가 중에서도 창포 일대가 바람이 더 센 것은 지형과 무관치 않다.

영덕기상관측소 박운호(46)씨는 "창포해맞이공원 일대는 다른 해안가보다 표고가 높은데다 튀어나와 있어 바람을 다른 지역보다 더 받을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관광자원화도 가능

풍력발전의 장점중 하나는 유지관리비가 거의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전기생산은 자동으로 이뤄지고 전기생산량 파악 등 제반 업무 또한 컴퓨터 모니터를 통한 확인이 가능하다.

영덕풍력발전(주)도 준공시 상주인력은 10여명 미만으로, 고용 창출 효과는 크지 않다.

그러나 관광객 흡인 효과는 적잖을 전망이다.

실제로 2002년 가동을 시작한 강원도 대관령 풍력단지 경우 지난해 12만여명이 찾아 지역 경기 부양에 상당한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영덕풍력발전 경우 대관령을 넘어설 전망이다.

바로 앞에 조성된 창포해맞이공원에만 연간 수십만명이 다녀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그 효과가 결코 만만치 않은 것이다.

이에 따라 영덕군과 영덕풍력발전(주)도 다양한 개발 계획을 수립 중이다.

창포 일대 펜션단지 조성 등을 포함, 용도변경을 통한 지역개발 계획에 이미 착수한 상태며, 홍보관 및 전망대 등의 건립 검토에 나섰다.

영덕.최윤채기자 cy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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