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詩와 함께 하는 오후

땅거미 내릴 무렵 광대한 저수지 건너편 외딴 함석지붕 집

굴뚝에서 빠져나온 연기가

흩어진다

단순하고,

느리게,

고요히,

오, 저것이야!

아직 내가 살아보지 못한 느낌!

장석주 '단순하고 느리게 고요히'

'단순하고/느리게/고요히'의 반대말인 '복잡하고/빠르게/아귀다툼' 속에 그대의 아침과 저녁이 있다.

숨막히는 미로, 층계 층계 포개진 닭장 집, 내뿜는 매연 앞에 우리는 오래, 너무 오래 속수무책이었다.

그대 어릴 적 어머니가 밥짓는 저녁연기를 기억하는가. 땅거미처럼, 광대한 저수지처럼, 외딴 함석지붕 집처럼 '단순하고/느리게/고요히' 그것은 마침내 배고픔마저도 삶의 여유임을 일깨워주었었다.

그렇게 살아보라고,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시인이 그대에게 건네는 마침표 두개!

강현국(시인.대구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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